배우에게 특정한 이미지는 득이자 독이다. 이미지의 굴레에 갇혀 살기도 하고, 때론 그 이미지의 도움을 받아 도약한다. 배우 김성균의 이름을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작품은 2013년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였다. 노안이지만 따뜻한 심성을 지닌 새내기 삼천포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다. 전작에선 늘 남자들 틈바구니에 있던 그가 14세 연하 도희와 멜로 호흡을 맞춘 것도 인상적이었다.
‘살인의뢰’(감독 손용호, 제작 미인픽쳐스)는 ‘응답하라 1994’의 성공 직후 선택한 작품이다. 그는 아내를 잃고 극단적으로 변모해가는 남자 승현 역을 맡았다. ‘응답하라 1994’에서 보여준 포근한 이미지는 초반에 잠시 등장한다. 악랄한 건달, 살인범 등 스크린에서 주로 가해자 역을 맡은 그가 ‘살인의뢰’에서 피해자의 위치에 섰다는 점은 차별점이지만, 후반부 그가 보여주는 강렬한 변화는 전작에서 그가 맡은 캐릭터처럼 인상적이다.


이처럼 김성균이 맡은 승현이란 인물이 복수를 다짐하는 이유는 아내 때문이다. 사랑스러운 아내는 한낮 귀가길 연쇄살인범에게 목숨을 빼앗긴다. 윤승아와 부부로 호흡을 맞췄지만,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과거 회상신 등 두 장면 정도에 그친다. 같은 소속사인 터라 친분이 있을 법도 했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김성균은 “소품용 사진이 필요해 하루 정도 시간을 함께 보냈다”며 “털털하고 가식이 없는 친구”라고 말했다.
대부분 시간은 김상경, 박성웅과 함께 했다. 애주가들로 구성됐다고 하니, “(얼마나 마셨는지 술병을) 셀수 없을 정도”라고 웃었다. 하지만 정작 영화 촬영 시엔 술잔을 기울일 만한 기회가 없었다. 각자 주어진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체중과 식단을 조절해야 했기 때문이다. 음주는 당연히 멀리 했다. “전주에서 촬영할 때 그곳에서 유명한 가맥집을 가려고 했는데, 상경 선배는 황태포 칼로리도 계산하더라”고 웃었다.
전작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남자배우와 함께 했다. 깊이 있는 감정선을 포함한 로맨스는 ‘응답하라 1994’가 최초다. 차기작인 ‘여름에 내리는 눈’에서 성유리와 호흡을 맞추는 정도. 근무 환경에 대한 불만은 없는지 물어보자 김성균은 “솔직히 남자들이 많은 촬영 환경이 편하다”며 “여배우들과 함께 촬영을 한다고 해서 핑크빛이 생기는 건 아니지 않나. 일말의 가능성이 없는 유부남이다”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집에선 두 아들의 아빠다. 오는 8월엔 사 아이의 아빠가 된다. “그래도 1년에 한달 정도는 쉬는 시기가 있다”는 그는 그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을 위해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300번 이상 봤고, 역할극에선 괴물을 자처한다. “아직까진 아빠가 TV에 나온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어린 나이이지만, 언젠가는 아이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찍고 싶다고 했다. 김성균이란 배우가 주는 안정감은 가족이 그 원천이었다.
2012년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를 시작으로 김성균은 쉼 없이 작품을 내놓고 있다. “쉬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겸손한 말을 덧붙였다. 아직까지도 그를 삼천포로 기억하는 팬들이 있다고 이야기하자 “꼭 그렇지도 않다. 시간이 해결해 주더라. 다행히 사람들은 잊어버린다”고 덧붙였다. 삼천포 캐릭터로 각광받던 지난해에도 들뜨지 않았던 그다. 여유와 내공이 느껴졌다.
그는 현재 영화 ‘명탐정 홍길동’을 촬영 중이다. 차기작 ‘퇴마사’까지 결정된 상태다. ‘명탐정 홍길동’에선 악역을 맡고, ‘퇴마사’에선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 중 가장 고학력을 자랑하는 캐릭터를 맡는다”고 수줍게 설명했다. 워낙 다양한 작품을 소화하는 그에게도 원하는 작품이 있었다. 여배우와 멜로였다. “다른 건 몰라도 서로 굉장히 사랑하는 역은 들어오지 않더라”고 너스레를 떤 그는 “섹시한 멜로라면 괜찮을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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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