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의 제목을 '압구정 육선지'로 바꿔도 될 듯하다. 주인공인 박하나(백야 역)보다 백옥담(육선지 역)의 소소한 일상이 더 구체적이고 임팩트있게 담기고 있기 때문.
지난 16일 방송된 '압구정백야'에는 여지 없이 육선지의 시댁 라이프가 구체적으로 표현됐다. 육선지가 임신을 암시하는 듯 늦은 밤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은 것. 이 장면에는 육선지가 면을 삼고, 양념을 하는 것까지 세밀하게 비춰졌고 이는 106회의 엔딩 장면이었다.
육선지 역을 맡고 있는 백옥담은 '압구정 백야'를 집필하고 있는 임성한 작가의 조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육선지는 타 드라마보다 임 작가의 작품에 빈번하게 출연하고 있는데, 이번 '압구정백야'에서는 특히 더 많은 분량 출연하고 있다.

물론 극 중 육선지의 임신이 암시되는 장면이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드라마 초기부터 육선지의 흐름을 끊는 장면들이 다수 나와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기에 이 역시 곧은 시선이 가지 않는다.
앞서 육선지는 음악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는 카메라 앵글을 통해 몸매를 부각시키는 선정적인 댄스를 추는가 하면, 뜬금없이 수영복 자태를 뽐내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장무엄(송원근 분)과의 첫날밤 장면에서는 느닷없이 한복을 입은 채 야한 댄스를 추며 가족과 함께 시청하는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육선지의 이러한 소소한 일상(?)들은 유난히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큰 줄거리는 백야와 장화엄(강은탁 분)의 로맨스, 최근에는 육선중(이주현 분)과 김효경(금단비 분)의 로맨스지만, 육선지의 출연분은 굵은 흐름과는 상관이 없음에도 긴 테이크를 갖고 있다.
이렇다보니 시청자들은 임 작가의 조카라는 이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고 있다. 전개와는 동떨어진 백옥담의 출연분이 늘면서 생긴 말들. 최근에는 '압구정백야'라는 말이 무색해질만큼 주객이 전도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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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백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