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35, FC서울)가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단다.
슈틸리케 감독은 17일 오전 10시 태평로 축구회관에서 A매치에 나설 23명의 태극전사들을 발표했다. 이미 은퇴를 선언한 차두리가 수비수로 발탁됐다. 이유가 무엇일까. 슈틸리케 감독의 따뜻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축구대표팀은 오는 27일 오후 7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한다. 이어 31일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뉴질랜드와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2015년 국내서 처음 갖는 평가전으로 의미가 크다.

대한축구협회는 31일 뉴질랜드전에서 차두리의 은퇴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배려로 차두리는 다시 한 번 ‘폭풍질주’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슈틸리케 감독의 지론 때문이었다.
차두리 발탁에 대해 슈틸리케는 “이번 명단을 발표하면서 차두리와 직접 면담을 했다. 차두리가 대표팀에서 분명하게 은퇴의사 밝혔다”면서 운을 뗐다.
이어 “한국에서 특정선수 은퇴 기념식을 할 때 전반전이 끝나고 단순히 꽃다발만 주는 소극적으로 한다고 들었다. 단순히 은퇴식을 거행하는 것은 해당선수가 이미 완전히 은퇴해 불가피한 경우다. 하지만 차두리는 아직 FC서울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다. 이번 기회 차두리에게 단순한 은퇴식이 아닌 은퇴경기에서 뛸 기회 부여하고자 했다”고 발탁 이유를 덧붙였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레알 마드리드에서 뛴 대선수 출신이다. 노장의 마음을 헤아린 슈틸리케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슈티릴케는 “차두리는 대표팀에서 A매치 75회 출전하면서 자부심을 갖고 활약한 선수다. 그래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차두리의 은퇴식은 그 어떤 선수보다 멋지게 치러질 전망이다. 슈틸리케는 “대전에서 우즈벡전을 치르고 29일 오전훈련에 차두리를 소집한다. 같이 훈련하고 31일 뉴질랜드전에서 선발출전을 시키겠다. 단순히 하프타임 때 관중석에서 내려와 꽃다발 받고 은퇴하는 것보다 은퇴경기서 멋진 모습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차두리를 전반전 끝나기 직전에 교체해서 관중들의 박수를 받고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이후 하프타임에 은퇴식을 거행할 것”이라며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차두리 입장에서는 이 보다 멋진 은퇴식이 없을 전망이다.
‘포스트 차두리’에 대한 복안도 있다. 슈틸리케는 “평가전을 통해 라이트백 자원의 한 가지 실험을 해보고자 한다. 어떤 실험인지 당장 말하기 어렵다. 양해를 구한다. 해당 선수와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충분히 공감대를 쌓고 공개할 생각이다.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면서 후반전 차두리의 자리에서 후계자를 찾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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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