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이준호, "내 연기 보는 일, 오글거린다" [인터뷰①]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3.17 17: 39

결과적으로 정확한 타이밍이었다. 그룹 2PM의 멤버 이준호는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감시자들'을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그룹 내 다른 멤버들 보다 뒤늦은 출발이었지만,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극중 감시반 에이스 다람쥐 역으로 등장해 짧은 분량이었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연기돌'(연기하는 아이돌 멤버) 이준호의 시작이었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스물'(감독 이병헌, 제작 영화나무)은 대중에 선보이는 그의 두 번째 작품이다. 게다가 첫 주연이다. 그가 맡은 캐릭터는 가난한 재수생 동우로, 두 친구 엉뚱발랄한 백수 치호(김우빈)와 어리바리 모범생 경재(강하늘)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이다. "차라리 더 망가졌으면 어땠을까 싶었다"는 이준호로부터 '스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작 '감시자들'을 통해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놀라울 만큼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팬들에 따르면 '감시자들'에 내 분량이 7분 정도라고 하더라. 2시간 러닝타임에 7분 정도 등장한 것으로 그렇게 칭찬을 들어도 되나 싶었다. 좋은 캐릭터를 만나서 빛을 본 게 아닌가 싶었다.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고, 나 역시 자신 있게 할 상황이 되지 않았다. '감시자들'이 좋은 시기에 찾아온 기회였다."
-'스물'에 앞서 '협녀'를 먼저 촬영했지만,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은 '스물'이 먼저다. 완성된 작품을 보니 어땠나.
"내 캐릭터로 영화를 봤을 땐, 많이 아쉬웠다. 이제 영화를 세 편했고, 첫 주연이다 보니까 이것저것 많이 걱정되더라. 여전히 내 연기를 보는 일은 오그라들고 힘들다. 자신 있게 화면을 볼 수 없었다."
-치호나 경재보다는 덜 망가지지 않나.
"차라리 더 망가졌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셋 중에는 그나마 차분한 캐릭터이지만, 셋이 있으면 여지없이 망가지는 인물이긴 했다. (김)우빈이와 (강)하늘이가 고군분투해줘서, 나 역시 힘을 보태줬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아직 해보지 않은 캐릭터가 굉장히 많다. 우선 가능성을 보여드리고, 다양한 역에 도전하고 싶다."
-영화 '협녀'에선 배우 이병헌과, 영화 '스물'에선 감독 이병헌과 호흡을 맞췄다. 이병헌 감독은 어땠나.
"쿨하다. 처음에 감독님과 대화를 시도했는데, 그때 감독님이 나를 반가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웃음) 낯을 많이 가리는 건가 했는데, 원래 그런 성격이다. 표정은 변하지 않아도 할 말은 다 하는, 굉장히 재미있는 분이다. 나중엔 마음이 편해졌다"
- 동우라는 인물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좌절을 겪는다. 어떻게 몰입했나. 
"17세부터 19세까지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힘들었다. 포기하고 싶었다. 아무리 봐도 타고난 게 없는데 괜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연습생 사이에서 경쟁이란 게 있으니까 스스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발로 회사를 나가야 하나 싶었는데, 오기가 들었다. 가족 생각도 났고. 동우는 그 시절 나보다 훨씬 힘들었을 것 같다. 그렇게 캐릭터에 몰입하려고 했다. 힘듦의 강도는 다르겠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갈등은 누구나 있지 않나."
- 극중 스무살을 연기했는데, 본인의 스무살도 떠올랐겠다.
"스무살에 2PM 멤버로 데뷔했다. 나에게 스무살은 그냥 '2PM'이었다. 꿈을 이룬 시기여서 행복하고 설렜지만, 어쩌면 평범한 스무살은 아니었다. 이번에 '스물'을 촬영하면서 이미 지나간 스무살로 돌아갔다는 게 가장 큰 행복이었다. 초심을 돌아볼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동우야 말로 20대 초반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친구가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고 어둡고 무겁지는 않다. "눈물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나. 내가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스스로 옭아매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어린 나이였는데, 당시엔 어른이 됐다는 책임감이 강했다."
-그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나.
"진짜 많이 달라졌다. 열정과 패기는 그대로 인데, 유해졌다. 이런 게 '방송물을 먹었다'고 하는 건지, 실제 내 성격인지 모르겠는데 불같던 성격이 사라졌다. 예전에는 부당하다고 느끼면 1차원적으로 따졌다. 지금은 융통성 있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 '스물'에선 스무살의 지질함도 나온다. 스무살 이준호의 지질함은 무엇이었나.  
 
"돌이켜 보면 과거는 다 지질해 보인다. 옛날 사진을 보면 그 당시 유행하던 옷, 스타일이 다 지질해 보인다. '왜 청바지에 체인을 달았지', '왜 망고나시를 입었지'란 생각을 한다. 술자리에서 친한 형들과 그 시절 패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곤 한다. 다른 흑역사는 꽤 있지만, 10년 후 토크쇼 같은 곳에서도 말할 수 있을까 싶다."
- 극중 동우는 스무살에 친구 동생과 연애를 한다. 그 시절 이준호의 연애는 어땠나.
"데뷔 이후 연애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모태솔로는 아니다. 모태솔로는 매력이 없다. (웃음) 대한민국의 건강한 청년이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지닌 적은 있지만, 제대로 진전이 된 적이 없었다. 그건 많이 아쉽다. 바빠도 연애할 사람은 다 하는데, 나는 이상하게 밤에 체력이 저조해져서 어딜 못 나간다. 지난 5년 동안 일을 위해서 스스로 옭아맨 부분도 있다.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잘 안되더라. 누군가에게 빠지면 깊게 빠지는 스타일이여서 안되겠다 싶었다. 정신 차리니까 27세가 됐다."
-군대도 언젠가 가야하는데.
"언젠가 가겠지만, 입대를 지금 생각하고 싶지 않다. (웃음) 이제 배우로 시작을 하게 됐으니까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 장르를 불문하고 다 해보고 싶다. 교복을 입은 학생이나, 사이코패스, 말이 없는 캐릭터 등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은 것이 욕심이다. 영화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빨리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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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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