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걸릴 것 같다”.
kt 위즈가 17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접전 끝에 5-4로 승리했다. 경기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전날까지 시범경기 1위를 달리던 LG를 제압했다. 무엇보다 베테랑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날 타점은 모두 베테랑들의 손에서 나왔다. 박경수가 1타점, 김상현, 신명철이 각각 2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조범현 kt 감독은 뒤처지고 있는 백업 선수들이 걱정이다. 지난 주말에 이어 이날 경기에 앞서서도 “투수들은 캠프에서 생각했던 구상이 어느 정도 되고 있다”면서도 “야수진은 백업 선수들이 더 올라와줘야 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아무래도 신인이나 방출선수, 고양 원더스 선수들이 많다보니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한다”고 전했다.

사실 kt가 일본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부터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백업 선수들의 성장이다. 올 시즌부터 각 팀당 144경기의 장기 레이스를 펼쳐야 하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기대를 걸었다. 훈련까지만 해도 걱정을 더는 듯 했다. 지난해부터 함께 했던 신예 선수들은 2년 연속 고된 훈련을 잘 버텼다. 여기에 지난해 중반부터 입단한 선수들도 강훈련에 동참하며 1군 무대 진입을 노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이 녹록지 않다. 아무래도 퓨처스리그에서 상대했던 투수들과 1군에서 뛰는 투수들의 구위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북부리그서 타격 5관왕을 차지했던 김사연은 어느 정도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7일까지 타율 2할7푼6리(29타수 8안타) 1홈런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나머지 1군 경험이 전무한 선수들은 아직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격은 물론이고 경기 후반 수비에서도 잦은 실책을 기록하고 있다. 15일 수원 두산전에선 경기 중반 투입된 유격수 심우준이 송구 실책 2개를 범했다. 심우준은 수비 범위가 넓고, 어깨가 강한 등 수비에서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시범경기에 긴장한 탓인지 어이없는 송구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17일 수원 LG전에선 백업 내야 중 한 명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윤섭도 송구 실책으로 더블 플레이 기회를 놓쳤다. 이 역시 어김없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정규시즌에서 나오면 안 될 실수들이었다.
그나마 주전으로 예상되는 베테랑급 선수들이 버티고 있어 3승 5패로 선전 중이다. 물론 당장은 백업 선수들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범경기에선 주로 주전 라인업을 확정짓고 여러 선수들을 기용하며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기기 위해 악착같이 달려들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본격적인 정규시즌에 들어가면 전쟁이나 다름없다. 몸을 사라지 않는 플레이를 하고 주전 선수들은 연일 열리는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부상이나 기타 사정으로 주전 선수가 빠지게 되면 백업 선수들이 이 자리를 메워줘야 한다. 특히 144경기를 잘 치르기 위해선 좋은 백업 선수들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결국 선수층이 두꺼운 팀일수록 상위권에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성장이 더딘 kt로선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주전급 선수들에 크게 뒤지지 않는 선수를 바로 만들 수는 없다.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빠르게 적응해가길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 kt가 빠른 시간 내에 백업 선수들을 성장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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