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연기력 논란에도 불구하고 두 주인공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를 “이제 적응이 됐다”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어색하거나 과장됐다고 느껴졌던 안재현·구혜선의 연기는 둘 사이 로맨스가 살아나고, 힘이 빠지면서 확실히 중심이 잡혔다. 무엇보다 두 배우가 빚어내고 있는 '케미스트리'는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단점들 사이에서도 인정해줄만한 장점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블러드'(극본 박재범 연출 기민수 이재훈)에서 비밀을 공유하게 된 박지상(안재현 분)과 유리타(구혜선 분)가 서로를 향해 조금씩 더 마음의 문을 여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유리타는 뱀파이어인 박지상의 정체가 혹시라도 의심을 사게 될까 그의 주변을 맴돌며 깨알같이 그의 뒤를 봐줬다. 박지상의 볼에 꿰맨 자국이 없어졌다며 놀라는 친구 최수은(정혜성 분)에게 “살짝 긁힌 거 다 나아서 붙인 걸 뗀 거다. 계집애 뭐라는 거냐”고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둘러댔다.
사실 박지상의 볼에 있던 꿰맨 자국이 사라진 것은 그가 뱀파이어이기 때문. 앞서 박지상의 정체를 알게 됐을 뿐 아니라 어린 시절 늑대 개들의 공격에서 자신을 구한 사람이 그였음을 알게 된 유리타는 뱀파이어에 대한 지식은 다소 부족해도 적극적인 조력자로 돌변했다.
마음을 열었기 때문일까. 박지상은 유리타에게 “저녁은 먹었느냐”며 그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보통 인간들이 먹는 음식은 미각이 없어 잘 먹지 않는 박지상이었지만, 그는 유리타를 데리고 ‘김밥 헤븐’에 갔다. “고작 여기에 왔느냐”는 유리타에게 "메뉴가 80가지나 되잖아. 난 아주머니 두 분이 이 많은 음식을 하는 게 경이롭게 느껴진다"고 말하거나, "목이 탄다"는 유리타에게 "물은 셀프"라고 칼같이 대답하는 그의 모습은 한 편의 코미디였다.
식사를 하는 중 유리타는 박지상을 알아가기 위해 100문 100답을 하겠다고 선포했다. “뱀파이어에 대한 집약적인 ‘큐앤에이’(Q&A)”라는 유리타의 말에 박지상은 “싫어. 대답 안 해줄거야. 내가 왜?”라고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보채는 유리타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뱀파이어는 진짜 피를 마시나?”, “뭘 먹느냐?”, “양장피, 똠양꿍, 냉채족발, 아귀찜 그런 거 먹어도 못 느끼느냐?”, “똥도 누느냐?”라고 질문을 쏟아내는 유리타는 귀여웠고, 그의 질문에 무표정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럼 먹었으면 눠야지”라고 대답하는 박지상은 엉뚱했다.
일명 ‘차도남’이라 불리는 남자캐릭터와 발랄한 여자캐릭터의 조합은 흔히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공식이다. 하지만 안재현과 구혜선은 두 사람만의 개성으로 남다른 궁합을 보여주고 있다. 뱀파이어라는 특성 때문에 다소 무심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갖고 있는 박지상, 늘 속보이는 행동을 얄밉지 않은 유리타의 캐릭터는 두 배우의 연기를 통해 적절하게 표현되며,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케미스트리'를 뿜어낸다. 거기에 한 눈에 봐도 하얗고 뽀얀 선남선녀 외모의 절묘한 어울림은 덤이다.
시청률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은 드라마지만, 아직 이를 만회해 볼만한 비장의 무기는 남아있다. 좋은 호흡으로 안정을 잡아가는 안재현·구혜선이 각본에 대해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 ‘블러드’를 잘 살려낼 수 있을까. 기대감을 낳는다.
한편 '블러드'는 뱀파이어 의사의 활약상과 멜로를 담은 판타지 메디컬 드라마로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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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