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이다. 하지만 전북 현대는 시무룩하다. "원한 경기를 못했다"며 불만족한 모습이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하는 전북은 지난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3차전 빈즈엉(베트남)과 홈경기서 에닝요와 이동국의 연속골에 힘입어 3-0으로 승리를 거뒀다.
2승 1무(승점 7)가 된 전북은 가시와 레이솔(승점 7, 일본)을 골득실에서 제치고 조 1위로 올라섰다. 전북이 시즌 첫 목표로 정한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위 통과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된 셈이다.

하지만 전북의 얼굴에서 만족감은 읽지 못했다. 사령탑 최 감독부터 "경기를 이기기는 했지만 아쉬운 장면이 많다. 전체적으로 우리가 원한 경기를 못했다"며 언짢은 감정을 드러냈다. 이날 대표팀에 발탁된 이재성도 기쁜 마음을 감추고 "오늘 경기력에 대해서는 반성해야 할 것이다"고 꼬리를 내렸다.
3-0이라는 대승의 결과가 최강희 감독은 물론 선수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셈이다. 전북이 바라던 대승, 그리고 조 1위 도약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배경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전북이 원하던 경기는 어떤 것일까.
최 감독은 경기 내용과 관련된 부분을 언급했다. 그는 "새롭게 들어간 선수들과 조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경기를 못했다. 시즌 초인 만큼 선수들이 맞춰가는 단계다"고 말했다. 이재성도 "한 수 아래의 상대에게 지속적인 공격을 못했다. 압도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최강희 감독과 이재성이 언급한 내용을 종합하면, 개인 능력보다는 조직력에서 아쉬움을 남겼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빈즈엉의 밀집 수비는 예상됐던 바다. 전북은 밀집 수비를 무너뜨리기 위해 지속적인 훈련을 했다. 개인 능력에서 앞서는 만큼 조직적인 공격을 한다면 쉽게 이길 수 있다고 판단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경기의 흐름은 전북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했다. 에닝요가 선제골을 넣은 이후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고, 공격 전개 과정에서 끊겨 수 차례 역습의 위기를 맞아야 했다. 전북이 바라던 경기 내용은 아니다.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던 때와 조금 다르다.
당시 전북은 시즌 초 결과와 내용을 모두 챙기지 못하자, 결과만 챙기는 것으로 경기 운영 방식을 변경했다. 내용에서 밀려도 승리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자 전북은 내용적인 면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해도 승리는 따내면서 3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성과물을 얻었다고 해서 만족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래서 전북은 발전을 위해 결과만이 아니라 경기 내용까지 만족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경기 준비 단계에서부터 결과를 위한 경기가 아니라, 내용을 위한 경기로 초점이 바꾸게 됐다.
조직력이 좋아져야 경기 내용도 좋아진다.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최 감독도 "시즌 초인 만큼 선수들이 맞춰가는 단계인 만큼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 최 감독은 "타이트한 일정이 기다린다. 앞으로의 훈련을 잘해야 한다. 내용이 좋아지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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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월드컵경기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