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km보다 나은 139km' 부쩍 성장한 임지섭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3.18 10: 20

LG 트윈스 신예 좌투수 임지섭(20)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구위만 앞세운 투구가 아닌, 로케이션으로 타자를 잡으려 한다. 점점 선발투수에 맞는 옷을 입고 있다.
임지섭은 지난 17일 kt전에서 패스트볼 최고구속 149km, 최저구속 139km를 찍었다. 1회말 kt 2번 타자 이대형에게 던진 패스트볼이 149km였는데, 임지섭은 이 공으로 투수 땅볼을 유도했다. 로케이션이 완벽하지는 않았으나, 볼카운트 2B2S에서 구위로 이대형을 돌려세웠다. 전형적인 임지섭의 투구였다.
그런데 3회말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 나왔다. 첫 타자 용덕한을 제구력으로 잡았다. 풀카운트에서 139km 몸쪽 낮은 직구로 스탠딩 삼진 처리했다. 예측하지 않으면 칠 수 없는, 절묘한 코스에 공을 집어넣었다. 구속은 140km가 안 됐지만, 위력은 150km 이상이었다.

투수는 기계가 아니다. 아무리 좋은 공을 갖고 있어도, 매 경기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는 없다. 그래서 상황에 맞는 투구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경기의 반 이상을 책임지는 선발투수는 더 그렇다. 예전의 임지섭이었다면, 풀카운트에서 제구보다는 구위를 앞세웠을 확률이 높다. 150km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에 넣어 볼넷 만은 피하려 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날 임지섭이 던진 139km 패스트볼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 년 전 임지섭은 공만 빠른 투수였다. 투구 밸런스가 쉽게 무너졌고, 매 이닝 극심한 기복에 시달렸다. 결국 지난해 5월 양상문 감독으로부터 ‘실전불가’ 판정을 받았다. 양 감독은 임지섭이 경기에 나서지 않는 대신, 류택현 코치에게 맨투맨 지도를 받아 투구 메커니즘을 하나씩 뜯어고치게 했다. 그러면서 하체가 몰라보게 안정됐고, 나쁜 버릇도 사라졌다. 이제는 포크볼의 그립을 조절, 스트라이크존에 포크볼을 넣을 줄도 안다.
물론 아쉬운 모습도 있었다. 용덕한 다음타자인 박기혁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연속으로 안타를 맞더니 2실점했다. kt전 최종성적은 4이닝 4피안타 4탈삼진 2볼넷 2실점. 투구수를 75개까지 끌어올렸으나, 40, 50개를 전후해 밸런스가 흔들렸다. 여전히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고전했고, 패스트볼과 포크볼 외에 세 번째 구종도 마땅치 않았다. 슬라이더의 각도와 제구는 실전에서 써먹기에 부족해보였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당장 임지섭에게 바라는 것은 10승이 아니다. 임지섭이 향후 10승 투수가 되는 데 필요한 경험을 쌓기를 바란다. 선발투수로서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가고, 저조한 컨디션에서도 마운드를 지키는 노하우를 터득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양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임지섭의 선발진 진입이 확정된 게 아니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높다 정도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확답은 피했으나, 임지섭이 선발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했다. 롯데 사령탑 시절 장원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양 감독은 임지섭에게 과감한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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