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발연기가 끊이질 않는다. 매번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고쳐지는 일은 없다. 그 탓에 오히려 '연기 구멍' 없는 드라마가 돋보인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말이다. 끊이지 않는 발연기의 등장은 대체 누구의 잘못일까. 이 물음을 드라마 제작의 최전선에 있는 3사 드라마 PD들에게 던져봤다. 이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배우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발연기, 왜 자꾸 나올까?
SBS 드라마국의 한 PD는 "작가나 연출자가 배우의 연기를 시청자들에게 전달을 잘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며 발연기 논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배우의 연기는 결국 카메라를 통해 TV에 나오고, 배우의 발연기 논란은 이 과정을 총괄하는 제작진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것.

또한, 이 PD는 캐스팅 과정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준비가 안 된 연기자를 지명도를 활용하기 위해 캐스팅하기 때문"이라며 "아직 준비가 덜 된 사람이 나서서 작품을 망가뜨리니 시청자들도 불편해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MBC의 한 드라마 PD도 같은 의견을 냈다. 이 PD는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캐스팅에서 배제해야 하지만,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인을 기용하기도 한다"며 "해외 판매 등의 이유로 연기력과는 무관하게 아이돌을 캐스팅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누가 잘못한 거지?
누구의 잘못일까. 발연기는 배우의 문제가 아닐까. 이 질문에는 약간의 의견이 갈렸다. 제작진의 탓으로 돌리는 PD도 있었고, 또 무턱대고 인지도를 믿고 연기에 뛰어드는 배우의 탓으로 돌리는 PD도 있었다.
KBS의 드라마PD는 "배우의 잘못? 그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도 모든 작품에서 균질한 연기를 하지는 않는다. 특히 잘하는 작품이 있고, 못했다는 반응을 얻을 때도 있다. 대본의 질과 연출자의 노력, 현장에서 얼마나 화합하느냐가 화면에 다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예를 들어, 한 배우가 어떤 작품에서 연기할 때는 연기력 논란이 없었다. 그런데 그 배우는 다른 작품에서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며 그건 연출자가 좀 더 공들여서 찍고, 상대 배우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했다는 거다"고 설명했다.
SBS의 PD는 짧고 강한 어조로 배우의 서툰 도전을 '지탄'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연기를 잘 하면서 드라마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연기를 배우겠다고 나서면 작품을 망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대책은?
발연기 논란을 멈출 수 있는 대책은 있을까. 결론은 캐스팅이었다. 캐스팅 과정에서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를 기용하는 것이 제1의 방법이라는 게 PD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MBC의 드라마 PD는 "오디션을 철저히 하고, 작품의 질을 먼저 따지는 캐스팅이 필요하다. 특히 아이돌스타를 구색맞추기식으로 끼워 캐스팅하는 관행에 대해 시청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또 "연출, 작가, 배우가 더 노력하는 것 밖에 없다. 발연기를 발본색원하겠다는 대책은 없다고 본다"고 운을 띄운 KBS의 PD는 "배우의 상품성보다 캐릭터에 맞는 배우, 열정과 의지가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맞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참 쉬운 원인에 참 쉬운 해결책이다. 결국 처음부터 캐스팅을 잘 하면 된다는 것. 그러나 참 행동에 옮기기 쉽지 않은 결론이기로 하다. 안방극장에서 발연기가 사라지는 날이 오게 될까. 좋은 대본, 좋은 연출에 좋은 연기까지 시청자를 만족시킬 드라마가 지금보다 더 많이 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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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한밤의 TV연예', tvN '미생물', KBS 1TV '너는 내 운명'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