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발연기가 도대체 뭔데? [발연기 대란③]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3.25 07: 01

연기를 못해서 마치 발로 하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신조어인 ‘발연기’. 언젠가부터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들에게 ‘발연기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붙기 시작했다. 보통 연기력 논란은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평일 드라마에서 많이 발생한다. 연기보다는 스타성을 위주로 배우들이 선정되는 경우가 아무래도 많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연기라는 감정 노동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배우라 한다면, 사실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직업적인 소양과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때문에 배우에게 ‘발연기 논란’은 치명적이고, 연기력이 발전된 후에도 잊을 만 하면 연관되곤 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배우의 어색한 연기는 정말 배우들만의 문제일까.
한 연예기획사의 관계자는 “배우의 연기가 부족한 것은 누구 하나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배우가 기본적으로 연기력이 부족하면 문제가 있는 것은 맞다. 프로 정신이 없으니 대중에게 지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배우를 돕는 소속사, 그리고 현장에서 연출을 하는 연출자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배우를 스타로 키우기 위해 지명도를 높이는데 신경 쓸 게 아니라 연기력부터 쌓게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를 무조건 작품에 출연시키는 매니저와 이런 배우를 기용하는 감독도 직업적인 의식이 없다고 본다”라고 의견을 내놨다.
마찬가지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연출자들도 많았다. SBS 드라마국의 한 PD는 "작가나 연출자가 시청자들에게 배우의 연기를 잘 전달 못하는 면도 있다"며 발연기 논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배우의 연기는 결국 카메라를 통해 TV에 나오고, 배우의 발연기 논란은 이 과정을 총괄하는 제작진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것. 또한 이 PD는 캐스팅 과정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준비가 안 된 연기자를 지명도를 활용하기 위해 캐스팅하기 때문"이라며 "아직 준비가 덜 된 사람이 나서서 작품을 망가뜨리니 시청자들도 불편해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촬영이 여유롭게 진행된다는 전제 하에 연출자에 따라 배우의 연기가 달라지는 것을 예시로 들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연기력 논란이 있던 배우가 어떤 한 작품에서 발전된 연기를 보여준다면 배우의 노력도 있겠지만 연출자의 지도와 캐릭터 분석이 큰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연출자가 배우와 계속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재촬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연기력 논란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촉박하게 촬영이 진행되고 하루 하루 방송을 내보내기 힘든 우리 드라마 여건상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를 현장에서 연출자의 연출로 발전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 역시 “만약에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신인이고 캐릭터의 비중이 적다면 하차를 시키면 되겠지만, 주인공이고 스타라면 그렇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바쁘게 촬영을 해야 하는데 감독이 유명 배우에게 다시 연기를 하자고 말할 수 있겠느냐. 심지어 여유가 있다고 해도 인지도 높은 배우에게 연기를 다시 하자고 말해서 순순히 따를 배우가 얼마나 있겠느냐?”라고 연기력 논란이 끊임 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KBS의 드라마 PD 역시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배우의 잘못? 그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도 모든 작품에서 균질한 연기를 하지는 않는다. 특히 잘하는 작품이 있고, 못했다는 반응을 얻을 때도 있다. 대본의 질과 연출자의 노력, 현장에서 얼마나 화합하느냐가 화면에 다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PD는 "예를 들어, 한 배우가 어떤 작품에서 연기할 때는 연기력 논란이 없었다. 그런데 그 배우는 다른 작품에서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며 그건 연출자가 좀 더 공들여서 찍고, 상대 배우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했다는 거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같은 연기력 논란은 연기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배우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방송 드라마라는 말이 익숙해질 만큼 촉박하게 제작되고 작품성보다는 스타성에 기대는 드라마 산업의 전반적인 폐해가 만들어냈다는 것. 또 다른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연기를 못하는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도태되어야 하는데 한국 드라마 시장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문제”라면서 “일부 스타들이 수십년간 연기를 해도 늘 제자리걸음인데 계속 작품을 하고 있으니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라고 아쉬워했다.
MBC의 드라마 PD 역시 "오디션을 철저히 하고, 작품의 질을 먼저 따지는 캐스팅이 필요하다. 특히 아이돌스타를 구색맞추기식으로 끼워 캐스팅하는 관행에 대해 시청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 고민한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또 "연출, 작가, 배우가 더 노력하는 것밖에 없다. 발연기를 발본색원하겠다는 대책은 없다고 본다"고 운을 띄운 KBS의 PD는 "배우의 상품성보다 캐릭터에 맞는 배우, 열정과 의지가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맞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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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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