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의 달인이 떴다. 배우 유준상이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표정 변화를 지켜보는 게 상당히 재밌는 한정호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자극하고 있다. 워낙 연기 잘하는 배우라서 감탄하는 것도 새삼스러운 유준상의 ‘코믹 연기’가 한 회에도 몇 번씩 웃음을 터뜨리게 하고 있다.
유준상은 현재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까도 까도 새로운 매력이 쑥쑥 나오는 ‘갑질 최고봉’ 한정호를 연기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정계와 재계 인물들이 줄을 서고, 함부로 하대를 하지 않는 정호인데 집에만 들어오면 그렇게 허점이 많을 수가 없다.
아들 한인상(이준 분)이 하룻밤 불장난으로 아빠가 된 후부터 집안에서 벌어지는 감당 안 되는 사건과 사고들이 정호의 알고 보면 여리기 짝이 없는 구석들이 쑥쑥 튀어나오게 하고 있다. 경제와 힘의 논리엔 전문가지만 곱게 자란 탓에 작은 아픔도 크게 느끼고, 고통을 극복하는 절차 역시 머릿속으로 되뇌어야 하는 겉모습만 어른인 모습이다.

어떻게든 위용을 갖추려고 비싼 옷을 입고 위엄 있는 말솜씨를 늘어놔도 자꾸만 무너지는 정호의 모습은 유준상의 다채로운 연기와 조화를 이루며 기막힌 웃음 장치가 되는 동시에 유준상의 연기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그가 설정한 코믹 연기는 시트콤보다 맛깔스럽게 다가온다.
지난 17일 방송된 8회는 유준상의 가볍기 짝이 없는 감정 변화 연기가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탈모 치료차 병원에 가서 절망했다가 비서의 위로 한 마디에 웃음을 짓고, 아들 부부의 불화에 간신히 화를 참으며 깊은 한숨을 짓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아들과 며느리 서봄(고아성 분)에게 훈계를 하려고 진지하게 연설을 늘어놓다가도 손자에게 젖을 먹여야 한다는 말에 아무 말도 못한 채 분노를 혼자 삭이기까지.
이뿐 만인가. 화가 난 아내 최연희(유호정 분)를 달래기 위해 과장되게 입을 쩍쩍 벌려가며 화려한 언변술을 뽐내는 정호의 대처는 유준상의 계산된 웃긴 표정과 맞물리며 웃지 않고 버틸 수가 없었다. 그가 때마다 조용히 내쉬는 한숨은 상황에 따라 슬픔 혹은 분노, 기쁨의 감정이 담겨 있다.
진지하게 변호 전략을 짤 때도 일부러 말을 딱딱 끊어서 하고, 인생 최대의 위기를 일으킨 봄이가 알고 보니 아들보다 똑똑하단 말에 흐뭇해하면서도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까지 이날 정호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감정의 변화는 유준상의 촐싹 맞은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극대화된 재미를 안겼다. 차분한 선비 근성과는 거리가 멀고 내유외강인 정호는 표정 하나하나에 웃음기를 넣은 것. 좀 더 튀고 강하게 연기를 해서 재미를 높이려는 배우의 노력 덕에 캐릭터의 맛깔스러움이 높아졌다.
사실 유준상은 연기를 잘한다는 호평을 듣기에도 참 새삼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몫을 늘 해왔던 배우. 특히 시청률 40%를 넘긴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도 코믹 연기로 흥행을 책임졌다. 코믹 연기뿐 아니라 독한 악역부터 평범하지만 그 속에 비범함을 숨기고 있는 인물까지 다양한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이다. 이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도 그의 연기가 드라마의 인기 요소 중 하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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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