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폭스바겐은 자사의 기술력과 프리미엄 가치를 대표하는 모델인 ‘투아렉’의 신형을 선보였다. ‘투아렉’은 지난 2002년 SUV가 없던 폭스바겐의 첫 SUV 모델로, 폭스바겐그룹 전임 회장 페르디난트 피에히 박사의 ‘가장 안락하면서 오프로드에서는 가장 강력한, 럭셔리 SUV의 대표작’에 대한 염원이 담겼다.
17일 폭스바겐은 국내 자동차 담당 기자들을 대상으로 신형 ‘투아렉’ 시승행사를 열었다. 행사에 동원 된 차량은 ‘투아렉 V6 3.0 TDI 블루모션 프리미엄’으로 여의도 콘래드 호텔을 출발해 인천 영종도의 네스트 호텔을 왕복하는 코스로 이뤄졌다.

기자의 키는 170cm로, 일반 여성 중에는 큰 축에 속한다. 그렇다 보니 간혹 스티어링 휠 때문에 운전석에 올라 탈 때 조수석보다는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으며 소형차와 경차 같은 경우는 몸을 구겨 넣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투아렉’은 대형 SUV다운 넉넉한 공간을 제공했고, 차 안에 ‘들어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의자와 스티어링 휠을 조정하고도 남는 공간이 어색할 정도였다.
신형 ‘투아렉’은 다양한 편의 및 안전 기능들이 추가 됐는데, 이날 현장에서 제품 설명을 담당한 윤병학 폭스바겐코리아 프로덕트팀 과장이 강조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사이드 어시스트다. 후측면과 측면의 사각지대에 다른 차량이 근접해있으면 사이드 미러에 경고등을 점멸해 이를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기능이다.
워낙 몇 년 전부터 고급차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모델들에도 적용돼 있어 익숙한 기능이지만 폭스바겐은 차별성을 주기 위해 램프의 위치를 안쪽으로 바꾸고, 크기도 2배~3배 가량으로 키웠다. 동승했던 동료 기자는 “다른 때 같으면 차선변경을 했을 텐데, 너무 번쩍거려서 할 수가 없었다”며 농담 섞인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 없는 사이드 어시스트에 절로 조심스러워진 주행으로 시내를 빠져 나와 올림픽 대로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투아렉’은 상당히 묵직하게 다가왔다. 액셀과 브레이크를 밟는 발끝보다는,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끝보다는 온몸에서 ‘무겁다’ 정도는 아니었지만 큰 몸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 운전자가 몰기 버거운 녀석은 아니다. 8단 자동변속기와 V6 3.0 TDI 엔진은 지구력이 좋은 중거리 선수마냥 고른 심박수를 유지하며 조용하고도 매끄럽게 속도를 끌어올렸고, 속력이 붙을수록 자동으로 차고를 낮춰주는 에어 서스펜션 덕에 고속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했다.
‘투아렉’의 에어 서스펜션은 셀프 레벨링(Self-leveling) 및 주행 높이 조절기능과 전자식 댐퍼 컨트롤이 포함돼 있어 요철 등 불규칙한 노면을 통화할 때에도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노멀’ ‘컴포트’ ‘스포츠’, 총 3가지 모드를 지원하며 이 중에서도 ‘컴포트’ 모드는 ‘스카이후크(Skyhook)’ 시스템이 노면의 울퉁불퉁함을 상쇄시킬 수 있는 적합한 상태를 찾는다. ‘스포츠’ 모드는 주행 높리는 25mm 낮춰줌으로써 민첩한 주행을 돕는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수평’을 중심으로 디자인된 내부는 간결성과 직관성을 높였으며 여기에 안정감마저 들게 했다. 네스트 호텔서 콘래드 호텔로 돌아오는 구간에서는 조수석에 탑승, 넓은 대시보드와 아빠의자 같은 좌석 사이에서 포근하게 감싸여있는 것 같았다. 동료기자가 마음껏 차를 느껴보는 동안 열심히 ‘투아렉’의 내부를 살펴봤고, 특히 업체 측에서 그렇게 강조하던 다인오디오 스피커를 시험해봤다.

스피커의 성능을 느껴보라고 다인오디오 측에서 제공한 음악들부터 개인적으로 선곡한 가요, 팝,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를 두루 들어봤다. 보컬이 중요한 곡은 보컬의 목소리를, 다양한 악기의 협업이 중요한 합주곡은 전체부터 작은 악기소리까지 다양하면서도 깔끔하게 담아냈다. 특히, 타악기가 주된 사운드를 낼 때는 발에서 진동이 느껴지기도 했다. 풍절음도 잘 잡아 고속 주행 시 음악의 볼륨을 높여도 서로를 방해하지 않았다. 노래 선곡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이가 어떤 음악 취향을 가졌든 차 안은 언제든지 움직이는 음악 감상실로 변신한다.
내부에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크루즈 컨트롤 버튼이 스티어링 휠에 있지 않고 운전대의 왼쪽 대시보드, 보통 주유 또는 트렁크 버튼이 있을 만한 자리에 있어 혼란스러웠다. 또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수납 공간의 뚜껑은 편의를 위해 두 개로 반을 갈라놨지만 움직임이 뻣뻣해 손으로 다시 한 번 열어 젖혀줘야 한다. 또, 센터페시아 공조장치 버튼 아래 수납 공간이 작고, USB 포트가 없다. 조수석 대시보드와 앞좌석 문 안쪽의 크롬장식도 같은 검은색이나 나무결무늬로 마감을 했으면 더욱 깔끔한 인상을 주지 않았을까 한다.
신형 ‘투아렉’이 최근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유로6와 관련해 잡음이 많아도 폭스바겐의 기술력과 프리미엄 가치를 담당하는 모델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폭스바겐은 ‘투아렉’의 판매 증대를 위해 그 동안의 ‘투아렉’ 판매 대부분을 담당한 3.0 모델 트림에 R-라인을 추가, 라인업을 2개에서 3개로 늘렸으며 4.2 모델은 더 이상 들여오지 않기로 결정했다.

폭스바겐 측에 의하면 지난해 11월부터 생산에 들어간 유로6 엔진이 탑재된 ‘투아렉’이 출시될 예정이며 시기와 트림 변경에 대한 것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편, ‘투아렉’은 지난 1월과 2월 각각 24대와 37대가 판매됐으며 전년동월에는 31대(3.0 25대, 4.2 6대)와 43대(3.0 38대, 4.2 5대)를 기록했다. 신형 ‘투아렉’의 판매가격은 7720만 원~975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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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