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뢰' 박성웅, "내 캐릭터에 내가 분노, 울컥울컥" [인터뷰]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3.19 06: 56

배우 박성웅에겐 특유의 존재감이 있다. "살려는 드릴게"라고 나즈막이 읊조리던 영화 '신세계'(2013) 이전부터 그랬다. 187cm의 큰 키, 다부진 몸, 쌍꺼풀 없는 눈, 듣기 좋은 중저음 등에서 남성적인 매력이 그 이유였다.
영화 '살인의뢰'(감독 손용호, 제작 미인픽쳐스)는 그런 박성웅을 연쇄살인범으로 소환했다. 영화는 살인사건 이후 피폐하게 살아가는 희생자의 가족들을 담는데, 범인 강천 역을 맡을 박성웅의 무게감이 상당하다. 범행의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극중 대사는 열 마디 남짓이지만,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을 압도한다.
캐릭터를 내려놓은 박성웅은 예상보다 유쾌했고, 생각보다 여렸다. 지난 2일 열린 언론시사 당시 영화 상영 중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자리를 떠났다. 자신이 맡은 역할이 아닌 희생자 가족 캐릭터에 몰입했기 때문이었다. 박성웅은 "생각처럼 그렇게 센 사람이 아니다"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언론시사 당시 고통을 호소했다. 이제 몸은 괜찮나.
"회복됐다.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응급실에 실려 간 것은 아니다. 버티고 버티다가 내가 걸어서 갔다. (웃음) 목욕탕 신까지 봐야겠다 싶어서 거기까지 보고 갔다. 그날 아침부터 인터뷰가 많았다. 범인 캐릭터라 노출을 자제해달라고 했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영화를 보는데 감정이입이 피해자 가족에게 됐다. 영화 속 나를 보면서 '나쁜놈'이라고 했다. 울컥울컥했다. 촬영할 땐 몰랐는데, 시각적인 압박은 또 다르더라."
-원래 무서운 영화를 못 보는 것은 아닌가.
"잘 본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세지는 않다. 키와 체격 때문에 듬직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원래 듣긴 했다. 건달이나 강한 역을 맡다 보니까, 어느새 내가 역할을 따라가고 있더라. 일상에서도 어느 순간부터 터프한 부분이 생겼다. 하지만 가족들에겐 애교도 부린다."
-잔인한 연쇄살인마 역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처음엔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작품이 완성되니까 부담이 되더라. 언론시사 때 작품을 보면서 피해자에 이입을 해서 힘들었다. (김)성균이가 바닥에 쓰러져서 오열하는 장면에서 심정이 어떨까 싶었다. 실제 아내와 아이가 있다 보니 성균이가 맡은 승현 캐릭터에 몰입했다. 촬영할 땐 촬영하는 순간에만 캐릭터에 집중했기 때문에 힘들진 않았다. 오히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살인 장면을 촬영하고 잠을 못 잤다고.
"살인을 저지르는 직접적인 장면은 딱 한 차례 나온다. 후반부 경찰과 대치하는 장면인데, 찍고 나서 잠을 못 잤다. 액션은 예전에도 했던 부분이지만, 수갑으로 그렇게 죽이는 장면은 처음 연기했다. 실제 피부에 인조 피부를 덧댄 특수 분장을 한 후 수갑으로 인조 피부를 찢었다. 연기였지만 실제처럼 느껴져서 그날 숙소에서 잠이 오지 않았다. 멍한 상태로 오랫동안 있었다."
-강천은 잔인한 인물이지만, 영화적인 볼거리로 강인한 신체가 돋보이는 장면들이 있다. 몸은 어떻게 만들었나.
"우선 한달 동안 마음껏 먹었다. 무게 자체를 증가시켰다. 그렇게 하면 살은 빠지지 않고 몸이 커지는데 이후 두 달 동안 닭가슴살만 먹었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함께 해서 체지방을 줄였다. 원래 몸은 그렇지 않다. (웃음)"
-독방에 수감된 강천이 두 다리를 벽에 지탱한 채로 높게 올리고 팔굽혀펴기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실제 가능한 자세인가.
"가능하다. 와이어나 다른 도움 없이 직접 자세를 취했다. 직접낸 아이디어이기도 했다. 처음엔 물구나무를 한 상태로, 실제론 와이어를 매달고 팔굽혀펴기를 하려고 했다. 좀 더 현실감을 주고 싶어서 두 다리는 벽에 지탱하는 것으로 했다."
-김의성과 대치하는 목욕탕 신이 압권이다. 극중 실오라기 하나 없는 맨몸으로 김의성의 칼을 막아낸다.
"촬영하기 3개월 전, (김)의성 형님과 액션스쿨을 찾았다. 깜짝 놀랐다. '액션 장애자'였다. 무술 감독이 30분 동안 기초 테스트를 해보더니, 나에겐 '촬영 현장에서 뵙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의성 형님에겐 '내일부터 어떻게 시간이 되느냐'고 물었다. (웃음) 3개월 동안 1주일에 두 시간씩 연습했다더라. 한동안 저처럼 노출이 있는 줄 알고 술도 끊고 몸을 만들었다고 하더라. (웃음) 그렇게 촬영현장에서 다시 의성 형님의 액션을 봤는데, 많이 달라졌다. 의성 형님이 30년 동안 연기를 했지만 액션은 처음이었다고 하더라. 의성 형님 덕분에 수월하게 촬영했다."
-은밀한 부위가 잘 가려졌더라. (웃음) 치열하고 정확하게 합을 짠 느낌이었다.
"나는 그럴 겨를이 없었다. 스태프들이 했다. 18시간 동안 촬영을 했다. 물을 마시지 못한 몹시 힘든 상태였다. 잠깐이라도 쉬는 시간이 생기면, 운동을 해야 했다. 너무 갈증이 나면 물을 마시고  다시 뱉었다."
-촬영 현장에 여성 스태프는 없었나.
"'여자 스태프 빼고 남자 다 나가'라고 외쳤다. 나도 부담스러우니까 일부러 장난을 쳤다. 여자 의상팀장이 밖에 나가 있다가, '컷' 소리가 나면 들어와서 큰 타월로 몸을 가려줬다. 촬영이 재개되면 다시 나가는 식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귀찮아졌다. 나중엔 '공사'만 하고 현장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탈진까지 오니까 만사가 다 귀찮더라." 
-그래도 뿌듯했을 것 같다. 많은 이들이 해당 장면을 백미로 꼽는다.
"그때 당시엔 한가지의 마음뿐이었다. 감독을 죽이고 싶다는 마음. (웃음) 일반 지인들도 목욕탕 액션에 대해 이야기하더라. 3분 가까이 나오는데, 뿌듯했다. 그 3분을 위해 18시간 촬영하고, 거기에 앞서 석 달을 고생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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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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