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변기 위에 있네요. 하하."
배우 박성웅이 아들 이야기에 밝게 웃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취재진에게 휴대전화 속 동영상을 보여줬다. 아내 신은정이 출연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 OST를 따라 부르는 6세 아들을 담은 영상이었다. 배경은 화장실이었지만,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귀엽다"는 반응에 그는 씨익 웃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지만, 스크린 속 극악무도한 캐릭터는 전혀 상상되지 않았다.
박성웅은 최근 스크린 악역 넘버원으로 등극했다.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신세계'의 이중구 캐릭터 영향이었다. 이어 '황제를 위하여'(2014)에서 사채업자 역을, 이번 '살인의뢰'(감독 손용호, 제작 미인픽쳐스)에선 연쇄살인범 강천 역을 맡았다. 하지만 실제 박성웅은 '살인의뢰'를 보면서 자신이 맡은 배역이 아닌, 가장 캐릭터에 몰입할 만큼 가정적이었다. 그런 박성웅으로부터 영화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영화가 지난 12일 개봉했다. 어떤 반응이 가장 기뻤나.
"누군가 '박성웅 때문에 오줌을 지렸다'고 했는데, 그만큼 캐릭터에 몰입했다는 뜻이라 기분이 좋았다. VIP시사를 관객들과 함께 봤는데, 내가 총 맞는 장면에서 박수를 치는 분들이 있었다. 그러다가 죽기 전에 미소 짓는 장면에선 소름 돋는다는 듯 반응해줬다. 연기한 사람으로서 좋았다."
- '살인의뢰'를 포함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영화에 주로 출연해 아들은 보지 못했을 것 같다.
"그렇다. 기회가 있다면 부정(父情)을 다룬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감정이입을 제대로 할 것 같다. 극중에서 김상경 선배가 내 머리에 총을 들이대는 장면이 있다. 그때 내가 웃는다. 최대한 순진하게 웃자고 하는 마음에 아들을 생각하면서 웃었다. 그때 전주에서 1주일 동안 촬영하고 있었는데 아들이 몹시 보고 싶었다. 순진한 웃음이었는데, 나중에 앞뒤 장면을 편집한 것을 보니 오싹하더라.(웃음)"
- 강천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데, 그때는 무엇을 떠올리며 연기에 임했나.
"신인 시절 로버트 드니로에 열광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이 좋았다. 로버트 드니로가 나오는 '케이프 피어'(1991)라는 영화가 있다. 마지막 장면이 호숫가를 배경으로 요트에 수갑이 채워진 채 침몰하는 신이다. 배가 천천히 가라앉는데 신나게 노래를 부르다가, 마지막에 가족들을 쳐다본다. '나는 죽지만 너희들은 내 표정을 죽을 때까지 기억하라'는 메시지다. 그걸 모티브 삼았다."
- 강천이란 인물은 전사(前事)가 나오지 않는다. 범인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겠다는 뜻 같다.
"밑도 끝도 없이 사람을 죽인다. 전사가 없는 게 설정이다. 감독님에게 의견을 낸 적이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장면을 넣으면 어떨까 했다. 감독님이 그건 당신에게 맡겨 달라고 했다."
- 스릴러 영화에선 범인이 적당히 매력이 있되, 미화라는 비난을 받을 만큼 너무 멋져서도 안 된다. 중심을 어떻게 잡았나.
"멋있어 보이려고 한 건 아니고, 강해보이고 싶었다. 올 누드 액션도 나오는데 열심히 해야했다."
-'신세계' 이후 강한 역을 주로 하고 있다.
"제안 받은 작품 중 악역이어서 거절한 작품도 있다. '박성웅이 또 저렇게 나오네'하고 식상할 것 같았다. 코미디라든지, 밝아 보이는 작품을 하고 싶다. 드라마에선 자주 했지만, 최근에는 누아르를 많이 했다. 이번 '살인의뢰'는 스릴러다. 둘 다 캐릭터가 어둠의 세계에 있지만 달라 보이고 싶었다. '무뢰한'과 '오피스'가 또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신세계'에 대중이 열광했다는 것은, 대중이 그만큼 박성웅의 강인한 면모를 좋아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과 대중이 좋아하는 모습 사이에서 고민 되는 지점은 없나.
"고민되는 부분은 없다. 물론 팬 사랑은 중요하지만, 팬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배우가 된 건 아니지 않나. 팬들의 사랑은 연기를 열심히 하다보니까 부수적으로 받은, 고마운 선물이다. 과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VIP 시사 당시 팬들의 반응이 정말 뜨겁더라. 배우계의 아이돌이었다.
"'신세계'가 2013년 2월에 개봉했는데, 그해 12월에 케이블채널에서 '신세계'를 방영하면서 대중적으로 퍼졌다. '찌라시' 무대인사를 갔는데, 뜨겁게 반응해줘서 당황했다. 스타일리스트 동생에게 '아들이 있는 아저씨한테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웃음). '신세계'의 이중구라는 캐릭터가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캐릭터 인 것 같다. 그때 연기 생활 16년 만에 이게 뭔가 싶었다."
-'신세계2' 제작은 어떻게 되고 있나.
"2편 제작 조건이 1편에 나온 배우들이 그대로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들 신중을 기하다보니 제작이 다소 연기되는 것 같다. 또 워낙 출연 배우들이 바쁘다. (액션 장면을 위해서 시간이 가기 전에) 다들 빨리 찍었으면 하는데 요즘 세상엔 컴퓨터그래픽(CG)이 있으니까 괜찮다."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4월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tvn 새 드라마 '신분을 숨겨라'다. 2년 전 출연했던 같은 채널 드라마 '우와한녀' 카메라 감독님과의 인연으로 함께 하게 됐다. 이번엔 좋은 역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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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