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여고 탐정단’, 공감 품은 파격..시즌2 기대된다[종영]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5.03.19 06: 54

‘선암여고 탐정단’, 단순한 학원극이 아니었다.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그린다기에 그저 그런 학원드라마인 줄 알았다. 남녀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 선생님에게 반항하고 입시 때문에 괴로워하는 걸 담을 거라 예상했지만 막상 보니 아니었다.
JTBC 청춘 학원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극본 신광호, 연출 여운혁, 유정환)은 왕따, 부정시험, 군면제, 10대 낙태, 동성애 등 묵직한 사회문제들을 유쾌하게, 그러나 날카롭게 다뤘다. 마냥 웃으면서 볼 수 없는 학원극이었다. 각 에피소드를 파격적으로 그렸지만 상당히 현실적이었다. ‘선암여고 탐정단’이 담은 에피소드들은 모두 제작진이 취재를 통해 구성했기 때문에 지금 이 시대의 청소년들과 가장 맞닿은 소재들이었다.
시청자들은 요즘 청소년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이에 ‘선암여고 탐정단’이 ‘세대 간을 잇는 소통의 장’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사실 왕따 에피소드 같은 경우는 적나라했고 잔혹했다. 과연 이런 일이 실제로 청소년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일인가라는 의구심이 들 만큼 충격적이었다.

극 중 교실에서는 서로 잘 지내는 듯 하지만 SNS을 통해 한 사람을 향해 공격하고 자살로 몰아가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에피소드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내용이었다. 초중고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지능적으로 왕따시키고 결국 자살까지 하게 하는 왕따문제를 그려 시청자들의 씁쓸함을 자아내는 것과 동시에 분노케 했다.
이뿐 아니라 낙태한 아이를 위해 장례식을 올리는 남녀 고등학생 커플 에피소드, 학교 이미지 때문에 행실이 불량하거나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을 밖으로 몰아내는 교장, 비밀과외 등 모두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들이라 불편하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동성애 소재도 과감하게 그려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공감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요즘 드라마들이 남녀의 사랑이야기, 암투, 범죄, 가족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 드라마들 속에서 ‘선암여고 탐정단’은 한국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적나라하게 꼬집어 다시 한 번 청소년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이처럼 무거운 소재들을 유쾌하게 이해하는데 연출도 큰 역할을 했다. 여운혁 감독과 유정환 감독은 ‘선암여고 탐정단’을 평범하게 만들어내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했다. 오프닝에서 CF 패러디를 하는가 하면 극 중간 중간 채율(진지희 분)의 인터뷰를 넣고 만화 같은 장면도 등장시켜 신선함을 선사, 스타 예능PD 여운혁의 센스와 재치가 돋보였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 최미래(이주우 분)가 죽은 이유가 담긴 악마의 대본을 연극으로 풀어낸 연출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참신했다.
사실 ‘선암여고 탐정단’은 시청률면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갈수록 시청률은 떨어졌지만 작품 자체는 더욱 탄탄해졌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만 못했지만 ‘선암여고 탐정단’은 항상 평면적으로 문제를 다루는 게 아니라 한 단계 더 들어가 에피소드마다 확실한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드라마로 남았다. 14회로 짧게 마무리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지난 18일 마지막 회에서 새로운 사건을 언급하며 “미친개 2호 발령이다. 물어뜯으러 가자”라고 시즌2를 기약해 다음 시즌에서는 어떤 사건들로 또 공감을 이끌어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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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선암여고 탐정단’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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