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선이 미모를 포기하고, 연기를 얻었다. 그는 ‘앵그리맘’ 첫 방송부터 거친 욕쟁이 아줌마로 완벽하게 변신, 첫 엄마 연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워낙 미모가 출중해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아픈 현실에 절망하는 모성애가 가득한 엄마로 안방극장의 공감대를 높였다.
김희선은 지난 18일 첫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에서 고등학교 때 애를 낳아 34살 어린 나이에 고등학생 딸이 있는 엄마 조강자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1993년에 데뷔한 후 인형 같은 미모로 청춘 스타로 사랑받았던 그가 20여년 만에 첫 엄마 연기를 한 것. 딸 오아란(김유정 분)의 학교 폭력 피해에 미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거나, 이를 해결해줄 의사가 없는 학교와 교사의 무책임한 행태에 분노하며 주부 시청자들과 높은 교감을 나눴다.
이날 김희선이 보여준 모성애 연기는 안정적이었다. 딸이 마음의 문을 닫고 자신에게 속내를 털어놓지 않아 속앓이를 하고,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기세를 부리는 학교 폭력의 처참한 현실에 분을 삭이는 모습을 절절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표현했다. 첫 엄마 연기였지만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답게 몰입도 높은 연기를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강자가 학창시절 불량 학생이었다는 설정에 맞게 화가 나면 거친 욕설을 내뱉는 거침 없는 연기도 과하지 않게 연기했다. 사실 김희선은 데뷔 후 연기력보다는 미모와 스타성이 더 주목을 받았다. 꾸준히 연기를 했지만 연기력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지 않았던 것이 사실. 허나 이번 드라마에서 첫 엄마 연기로 조금은 달라진 시선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첫 방송부터 안정적인 연기와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지는 옷을 입은 듯 어색함이 없었다. 덥수룩한 머리 모양과 화려함과 거리가 먼 털털한 복장, 거침 없이 망가지는 몸가짐도 캐릭터와 잘 어우러지며 연기를 돋보이게 했다.
딸 김유정과의 자연스러운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모녀 사이지만 서로 살갑지 않은 어색한 관계를 두 배우가 섬세하게 표현했다. 일단 김희선의 엄마 연기 도전은 기대보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앵그리맘’은 첫 방송에서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해지는 현실을 직시하는 이야기를 감각적이면서도 무겁지 않게 다루며 재밌는 드라마의 탄생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열연도 한 몫을 했는데, 연기력 논란을 불식시킨 김희선도 큰 역할을 했다.
이 드라마는 2회부터 학교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로 돌아간 강자의 좌충우돌 학교 생활이 담길 예정. 김희선이 고등학생과 엄마의 모습을 어떻게 다르게 해석해서 연기를 할 것인지는, 아란이 왜 다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지에 대한 비밀과 함께 궁금증을 자아낸다. 드라마가 학교 폭력의 안타까운 현실을 다루며 흡인력 있는 이야기를 내세운 가운데, 이를 이끌어갈 김희선의 앞으로의 연기가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앵그리맘’은 과거 날라리였던 젊은 엄마가 고등학생으로 위장해 현 교육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맞서나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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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