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너덜해졌던 SK의 뒷문 자물쇠가 새 제작에 돌입한다. 정우람(30)과 윤길현(32)이 다시 의기투합했다. 왕조 시절 SK의 중간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두 선수의 활약에 SK의 시즌 초반 레이스도 달려 있다.
SK는 지난해 불펜이 힘없이 무너지며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필승조의 가장 든든한 요원들이었던 박희수 박정배가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것이 컸다. 전유수 진해수 이재영 윤길현이 필사적으로 뒷문을 잠그려 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사실 올해도 불안감은 있다. 박희수 박정배의 복귀는 아직이다. 외부에서 불펜 보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젊은 전력의 효용성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그래도 정우람과 윤길현이 있어 숨통이 트이고 있다. 리그 최고의 좌완 불펜 요원이었던 정우람은 2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올 시즌 복귀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막판 팀의 마무리로도 활약했던 윤길현 또한 최근 햄스트링 부상에서 완벽히 벗어난 뒤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그리고 17일 광주 KIA전에서 나란히 마운드에 서 팀의 후반을 막아냈다. 정우람은 1이닝 1피안타 무실점, 윤길현은 1이닝 3탈삼진 퍼펙트였다. 팬들이 원했던 그 그림이었다.

아직 실전감각이 부족한 정우람이지만 시범경기 행보는 거침이 없다. 4⅓이닝에서 맞은 안타는 딱 2개, 실점은 없다. 아직 모든 면이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공격적인 승부로 마운드 적응을 해내가고 있다. ‘역시 정우람’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오키나와 캠프를 건너뛰었던 윤길현도 건재를 과시했다.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3K 피칭’으로 코칭스태프의 불안감을 지웠다. 구속이 올라오는 속도도 순조롭다.
박희수 박정배가 없는 상황에서 두 선수는 SK 불펜의 믿을맨들이다. 정우람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다. 군 복무 기간 동안 워낙 몸을 잘 만들어 적응기가 짧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윤길현은 김용희 감독이 시즌 초반 팀의 마무리로 낙점했다. 윤길현은 지난해 막판 마무리로 뛰며 7세이브를 따냈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의 피안타율은 2할1푼3리에 불과했다. 9회 시작부터 마운드에 오른다면 능히 1이닝을 책임져 줄 수 있는 자원이다.
SK의 선발진은 에이스 김광현의 국내 잔류, 트래비스 밴와트와의 재계약, 그리고 터널을 탈출한 윤희상의 복귀 등의 호재로 리그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불펜에서 불안요소가 있다는 것이 팀 안팎의 평가다. SK의 두 베테랑 자물쇠가 이 불안요소를 지운다면 시즌 초반 순항의 길이 열린다. 그만큼 어깨가 무겁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남은 시범경기 등판에서 최대한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공통 과제를 가진 두 선수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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