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해야지".
한화 김성근 감독이 남은 시범경기 4경기에서 진짜 승부를 예고했다. 그동안 특별한 개입 없이 경기를 그저 지켜보는 입장이었다면 19일 대전 롯데전부터 22일 대구 삼성전까지는 정규시즌처럼 승부한다. 김 감독은 "남은 4경기는 제대로 할 것이다. 이제 경기 속에서 움직여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화는 19일 현재 시범경기 성적 2승6패로 중간 순위 10위에 그치고 있다. 어디까지나 시범경기일 뿐이지만 6년 동안 5번이나 최하위에 머무른 한화이기에 달갑지 않게 여겨진다. 하지만 이것을 진짜 한화 전력이라고 판단해선 안 될 이유가 있다. 김성근 감독이 적극적으로 경기에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야구는 선수가 아닌 감독이 한다' 주의다. 선수를 어떤 시점에 어떻게 쓰느냐는 오로지 감독의 몫이다. 선발 라인업부터 투수 교체, 대타 투입은 물론 다양한 작전까지 감독의 선택지는 다양하다. 과거부터 데이터를 바탕으로 김 감독은 선수들 못지않게 경기 안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김 감독은 "이제까지 시범경기는 보고만 있었다. 선수들이 경기를 어떻게 풀어 가는지 본 것이다"고 말했다. 가령 지난 17일 대전 넥센전에서 흔들린 선발투수 쉐인 유먼의 경우 "정규시즌이었다면 3회 바꿨을 것이다.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좋지 않은 투수는 길게 끌고 가지 않는 김 감독이다.
투수 교체에 있어서도 더 이상 실험은 없다. 김 감독은 "투수도 제대로 쓸 것이다. 테스트는 없다"고 했다. 그동안 특정 상황에서 구원투수의 극복 과정을 테스트했지만 남은 경기에서는 이기는데 초점을 맞추는 투수 운용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남은 4경기에 한화의 불펜 필승조를 가늠할 수 있다.
작전도 서서히 내기 시작한다. 17일 넥센전 1회 1사 1·3루에서 김회성이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된 것은 히트앤런 작전이었다. 김 감독은 "(타자 지성준이) 땅볼이 많고 걸음이 느리다. 밀어칠 타구도 잡아당기는 스타일이라 유격수 쪽 병살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히트앤런 작전을 쓴 것이다"며 "김회성은 2루에서 여유 있게 세이프 타이밍이었다. 슬라이딩 방법이 잘못돼 아웃됐다"고 설명했다. 1사 1·3루에서 히트앤런 작전은 드물지만 김 감독은 타자의 성향을 고려해 과감하게 작전을 걸었다.
김 감독의 눈은 한화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상대팀들의 전력과 특성도 TV 중계와 데이터로 담고 있다. 김 감독은 "kt와 롯데의 전력이 괜찮아 보인다. 롯데 타자들이 삼성 장원삼을 무너뜨리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제 4경기만 남은 시범경기, 더 이상 테스트만 하고 있을 수 없다. 김 감독은 "이제 1군 엔트리 27명을 고민하고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짜 승부 속으로 들어갈 김 감독, 한화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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