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불펜진이 깊이를 더하려고 한다. 젊은 투수들이 성장한 만큼,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베테랑 투수들의 오버페이스를 막을 생각이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 이동현과 신재웅을 대체할 카드까지 준비하고 있다.
LG 양상문 감독은 지난 18일 우천취소된 수원 kt전을 앞두고 “(신)재웅이가 슬로스타터 기질이 있다. 그만큼 초반에는 (윤)지웅이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지웅이는 당장 시즌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컨디션이 올라왔다. 지웅이가 지난해까지는 좌타자 스페셜리스트였다면, 올해는 1이닝 이상을 던지게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동현이 시즌초반 고전하는 부분을 두고 “동현이가 캠프에서 스로윙을 부드럽게 하는 연습을 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도움이 되리라 본다. 본인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그래도 정확한 상태는 시즌에 들어가 봐야 알 것 같다. 대비는 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웅과 이동현은 LG 불펜진의 핵이다. 2014시즌 신재웅은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와 강인한 체력으로 2이닝 이상을 막았다. 이동현은 절묘한 커맨드를 통해 8회를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둘 다 시즌 초반에 유독 고전하는 면이 없지 않다.
신재웅은 2012시즌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전반기에는 평균자책점 4.58, 후반기에는 평균자책점 3.01을 찍었다. 여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투구밸런스가 완벽해졌다. 이동현도 최근 3년 동안 전반기 평균자책점 3.14, 후반기 평균자책점 2.59를 기록했다. 패스트볼을 던질 때 오른쪽 엄지손가락 손톱이 약지 손가락 측면을 강하게 눌렀고, 약지 손가락이 찢어지곤 했다. 보통 상처에 굳은살이 생기는 5월부터 구위와 제구가 함께 잡혔다.
이에 따라 양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2015시즌 초반 윤지웅과 정찬헌의 비중을 높이려 한다. 윤지웅과 정찬헌은 지난해 LG 불펜진이 ‘전원 필승조’ 체제를 이루는 데 크게 기여했다. 좌투수 윤지웅은 절묘한 제구력과 각도 큰 슬라이더로 상대팀 좌타자를 압도했고, 정찬헌은 막강한 구위와 타이밍을 빼앗는 커브로 마운드를 지켰다.
하지만 둘은 2014시즌 도약에 만족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에서 투구 메커니즘을 수정했다. 윤지웅은 “지난해 구속이 너무 안 나왔다. 원래 140km 초중반은 나왔었다. 스프링캠프에서 투구폼을 조금 바꿨고, 공을 놓는 부분도 수정했다. 현재 지난해 같은 시점과 비교하면 2, 3km 정도 구속이 더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투구폼이 이동현과 비슷해진 정찬헌은 “작년과 똑같은 폼으로 던지면 결국 작년만큼 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다. 투구 후 이두에 통증도 좀 있었다”며 “작년에는 단지 힘으로만 타자들을 이기려고 했었던 것 같다. 올해는 제구력과 변화구, 볼끝의 움직임에 신경 쓰려고 한다. 다행히 구속도 잘 나오고, 제구는 이전보다 잘 잡혀가는 것 같다. 아직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이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웃었다.
마무리투수 봉중근과 유원상도 순조롭게 시즌을 준비 중이다. 둘 다 자신 만의 루틴에 맞게 스프링캠프를 치렀고, 시범경기 들어 구위가 올라오고 있다. 시범경기서 봉중근은 무실점 행진, 유원상은 3⅔이닝 1실점을 기록 중이다. 봉중근과 유원상은 스프링캠프에서 변화구를 추가, 시즌을 대비해 비장의 무기를 숨겨두고 있다.
이들 뿐이 아니다. 뉴페이스 등장을 통해 불펜 전원 필승조가 확장되려고 한다. 김선규 최동환 김지용 전인환이 개막전 엔트리 진입을 노릴 만큼 기량이 향상됐다. 네 투수 모두 시범경기에서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양 감독은 이들의 엔트리 경쟁을 두고 “우리 팀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아직 개막전 엔트리를 구상하지는 않았다. 시범경기를 다 보고 넷 중 가장 잘 던진 투수들을 엔트리에 넣겠다”고 행복한 고민을 암시했다.
투수는 다다익선이다. 특히 불펜진은 가용 자원이 많을수록 서로에게 힘이 된다. 지난해 LG 불펜이 혹사 없이 최강에 자리했던 것도 불펜투수 6명이 고르게 자기 역할을 해냈기 때문이다. 개막전까지 9일 남은 가운데, LG 불펜진은 2015시즌에도 청신호를 밝히려 한다. 3일 휴식기 없는 144경기 체제가 LG 불펜진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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