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천정명이 또 한 편의 작품을 끝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많은 이를 설레게 만들었던 tvN 금토드라마 '하트투하트'가 바로 그 것. '하트투하트'는 앞서 MBC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2006) 당시 B팀 감독으로서 천정명과 인연을 맺은 이윤정 감독과의 재회로도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바로 그 이윤정 감독이다.
90년대 후반 CF로 연예계 첫 발을 내디뎠고, 2009년 '학교2'를 시작으로 무려 15년을 넘기는 세월동안 20여작품에 출연했던 천정명에게도 이번 '하트투하트'는 각별했고, 기분 좋은 경험을 안긴 작품이었다. 이윤정 감독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 이 감독을 주축으로 배우들이 만들어 낸 생명력 넘치는 현장이 그의 세포들을 깨어나게 만들었다.
'하트투하트' 종영 후, 인터뷰를 위해 서울 신당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했던 천정명은 남자도 반하게 할만큼 묘한 매력이 온몸에 흘러넘쳤다. 정작 본인은 "여자에게 인기가 진짜 없다"고 강하게 부정하면서, 손을 내저었지만.

■ 이하 천정명과의 일문일답.
-'하트투하트'가 끝났다. 어떤가?
천정명(이하 천): 재밌었다. 정말 너무 재밌었다. 이제까지 했던 드라마들과 비교해서 가장 따뜻했다. (이윤정) 감독님이 잘 표현해주시고, 이끌어주신 덕분이다.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해주셨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서로 얼굴 붉히지도 않았고. 싸우는 일도 없었다. 현장에서 감독님이 너무 잘해주셔서 배우들은 그저 연기에만 집중하면 됐다. 배우 뿐 아니라 스태프에게도 모두 잘해주셨다.
-이윤정 감독과 '오랜만에' 맞춘 호흡이다. 더 좋았나.
천: '여우야 뭐하니'는 제대로 만났던 게 아니다. A팀(당시 A팀은 권석장 감독), B팀을 오가며 정신이 없없다. 이번엔 제대로 만나서 맞춰보니, 사실 좀 버거웠다.(웃음) 첫 촬영, 첫 장면은 굉장히 긴 장면(옥상에서 투신하려는 여자를 고이석이 설득하는 장면)이어서 대본을 외워서 갔다. 그런데 리허설 후에 준비했던 게 전부 다 엎어졌다. 대본 전체가 수정된 거다. '멘붕'이 왔다. 나중에 보니 매회 매신이 그랬다. 나중에는 대본 옆에 늘 샤프랑 지우개를 준비해야 했다. 볼펜도 안 된다. 바꾸고 또 바꿔야 하니깐 샤프가 아니면 안 됐다. 저한테만 그러시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모두에게 그러셨다.(웃음)
-나중엔 적응이 좀 됐나? 주로 어떤 걸 바꾸는 건가.
천: 반 이상을 고치시니 초반엔 당연히 힘들었다. 현장에서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고 가기 일쑤였다. 처음엔 (그런 시스템이) 어색했다. 동선도 바뀌고 대사도 바뀌었다. 예를 들면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는 여성을 설득할 수 있게, 진실되게 다가서고 말을 건네는 것을 놓고 고민하는 거다. 진짜 진심을 담아서 말이다.

-듣기만 해도 쉽지 않아 보인다. 괜찮았나.
천: 난 이윤정 감독님 스타일이 잘 맞았다. 배우의 죽어있는 세포를 깨워주신다. 호통치고 잔소리를 하면, 가끔 하기 싫어지는 경우도 있지 않나? 이윤정 감독님은 항상 응원을 해주신다. '잘하고 있다'고. 또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신다. '이석은 이 장면에서 어떤 마음을 갖고 대사를 해야할까?', '이석이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 '왜 미안하다고 할까?' 이런 식으로다. 1차원 적으로 대본을 외우고 왔다가도 만나서 감독님과 얘기하는 순간,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깨닫는다.
-정신과 의사, 전문직을 연기했다. 특별히 준비했던 건 없었나. 실제 정신과 의사를 만나봤다거나.
천: 정신과 의사를 따로 만나서 얘기해봐야 싶었는데, 감독님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천정명만의 이석이를 원한다'는 이유였다.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는 부분에 집중했다. 전문직이긴 하지만, 메디컬 드라마처럼 전문용어를 많이 쓰던 건 아니라 괜찮았다.
-'맞춤옷을 입었다' '로코=천정명', '로코킹의 부활' 등등 좋은 반응이 많았었다. 이런 반응을 알고 있나.
천: 그 반응을 봤다. '로코킹의 귀환'에 웃었다.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수식어가 붙는 게 힘든데 (시청자들이) 너무 좋게 봐주시고 평을 좋게 해주셨다. 부모님이 너무 좋아했다. 여기저기서 좋은 얘기를 들었다고 하니깐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더라. 물론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더 기분 좋았겠지만, 평도 좋았고, 현장에서 재밌었던 게 너무 좋았다.
-그럼 '로코킹'의 실제 연애는 어떤가.
천: 여자에 인기가 없어서, 이제까지 항상 실패했다. 괜찮다 싶으면 전부 다 도망갔다.(웃음) 최대한 점잖게 다가가는 편이라 '덥썩' 손을 잡거나 그렇지 않다. 젠틀하게 다가서는데 그런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주변에서도 '너무 젠틀하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 친구처럼 툭툭 던져보라고 권하더라. 음…노력을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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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