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삼성 라이온즈 포수 진갑용(41)은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 18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진갑용은 "나도 이렇게 오랫동안 뛸 줄 몰랐다. 30대 중후반까지 할 줄 알았는데 오래 뛰긴 오래 뛰었다"고 너털 웃음을 지은 뒤 "나이 때문에 밀려나는 건 싫다. 내 나이가 어때서. 나이와 열정은 별개"라고 잘라 말했다.
진갑용은 "몸상태는 괜찮다. 허리 통증도 사라진 지 오래"라며 "몸을 더 만들기 위해 이곳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의 7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공을 세웠던 진갑용은 이지영, 이정식, 이흥련 등 후배 포수들과의 경쟁에 관한 물음에 "경험과 이름값 때문에 특혜를 바라지도 않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배제되어서도 안된다. 동일선상에서 당당히 경쟁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모든 건 자신의 어느 만큼 하느냐에 달려 있다. 진갑용 역시 잘 알고 있다. 그가 주전 마스크를 고집하는 건 아니다. 진갑용은 "경기에 뛸 수 있다는 자체 만으로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병규(LG), 손민한(NC) 등 93학번 선수들의 베테랑 투혼이 눈부시다. 이들은 시범 경기에서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내며 올 시즌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예고했다. 진갑용 역시 "나도 불꽃 한 번 태워볼까" 하며 씩 웃었다. 동기들의 선전에 결코 뒤질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삼성은 올 시즌이 대구구장에서의 마지막 시즌이다. 내년부터는 새 구장에서 시즌을 맞이한다. 진갑용에게 대구구장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삼성 선수 가운데 대구구장에서 가장 많이 뛰었던 선수이기에. "대구구장은 내게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내 야구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소중한 장소"라는 게 진갑용의 말이다.
그만큼 아쉬움도 크다. "마지막이라니 허전한 기분도 든다". 대구구장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는 진갑용은 "집에서 대구구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데 요즘 들어 기분이 좀 묘하다. 시즌 개막 후 대구구장에 들어서면 기분이 새로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신축구장에서도 뛰고 싶다"는 바람도 빼놓지 않았다.
진갑용에게 올 시즌 목표를 물어봤다. 그는 "아직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나이 들었다고 끝났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고 마지막 투혼을 불태울 각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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