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청춘들에게 가르치려 드는 어른들이 있다. “꿈은 이렇게 가져야 하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고..” 등등.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 말들이겠지만 가끔은 그런 말들이 진부하다 느껴질 때도 있다.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저 가끔은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는 말이다.
청춘을 다룬 영화들도 그랬다. 대개는 꿈을 찾아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리며 그들에게 엄숙한 교훈을 주려고 했다. 그게 청춘 영화의 공식이었다. 때문에 청춘 영화 속 캐릭터들은 고뇌에 가득 차 있었고 한없이 무거웠다. 고민이야말로 청춘을 청춘답게 해주는 듯 했다.
그런데 ‘스물’은 다르다. ‘스물’ 속 세 명의 친구들은 진지한 토론 끝에 ‘섹스’ 하는 것이 진정한 스무 살의 행동이라 결론을 내리고 심지어 극 중 치호(김우빈 분)는 숨을 쉬는 것이 삶의 목표다. 자기 딴에는 진지한데 남들이 보기엔 코믹한 상황들은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하고 그 웃음을 들은 ‘스물’ 속 캐릭터들은 사랑에 실패해도, 꿈이 좌절돼도 더더욱 ‘병맛’에 가까운 행동들을 해나가기 시작한다.

‘스물’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은 그 웃음 속에 슬쩍, 청춘을 향한 위로를 얹어 놓았다. ‘한 번 실패했어도 청춘이니까 괜찮아’라는, 어찌 보면 고리타분한 위로를 웃음과 버무려냈다.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 등의 각색으로 이미 입증된 특유의 말맛으로. 덕분에 ‘스물’은 한 편의 유쾌한 청춘 영화로 만들어졌다.

- ‘스물’ 시나리오를 쓰게 된 이유가 있다면.
▲ 원래 초고는 10년 전 쯤에 썼던 거다. 20대 전반을 아우르는 버킷리스트 같은 걸 써보려고 했다. 스무 살을 맞이해서 서른 살이 될 때까지의 이야기였는데 뭔가 중심 되는 사건이 없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스무 살이라는 나이가 어설프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립기도 한 의미 있는 나이니까 그런 이야기를 해보자 해서 수정했는데 잘 풀리더라. 애들이니까 진지해지다가 장난쳐도 귀엽게 넘어가는 장치들이 굉장히 많이 쓰일 수 있더라.
-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은 어느 정도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건가.
▲ 과장된 건 있는데 내 경험일수도 있고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모두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소흔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비단 나만 겪었던 일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남자들이라면 흔히 겪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똑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하게, 흔하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져다가 사용했다.
- 캐릭터들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 경재 캐릭터는 친구 중에 실제로 경재라는 애가 있다. 영화 속 경재는 귀엽게 꾸며지긴 했지만 목표하는 바는 비슷했다. 명문대학 나오고 대기업 입사를 꿈꾸는 건 비슷했다. 동우도 실제 동우라는 친구가 있고 비슷하게 진로에 대해 방황을 하다가 큰 아버지 회사에 들어갔다. 치호는 내가 그렇게 살았었기 때문에(웃음). 내가 실제로 집에서 가만히 있다 보니 시나리오를 쓰고 했는데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고민을 했다기보다는 친구 캐릭터를 영화적으로 포장한 것이다.
- 극 중 등장하는 소소반점 액션신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이다. 좁은 공간에서 짜여진 합들이 많기 때문에 아주 치밀하게 짜지는 못했다. 시간을 공을 들였음에도 액션신이라는게 모자라더라. 코미디도 있어야 하고 고속촬영도 해야 돼서 자세한 디테일들을 포기하고 갔다. 정교함 보다는 스무 살의 감정들을 담으려고 했다. 답답한데 여기에 머무르고 싶은 어설픈 청춘들의 처절함 코미디, 이런 것들이 중요해서 정교한 합에 대해선 살짝 포기하고 진행을 했던 것 같다. 처절함 가운데 웃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길이가 긴데 줄이고 싶진 않더라. 그 리듬을 살리는 건 코미디라고 생각했다.

- 웃음을 중점에 둔 이유가 있나.
▲ 결론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은 ‘야 너희 아직 충분하잖아, 시행 착오하는 나이지’라는 말이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오그라들게 하면 도움도 안 되니까 공감과 웃음으로 버무려야 되지 않을까, 나의 말투와 정서로 말을 해주면 재밌게 들어주지 않을까 싶었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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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