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5선발은 2명의 외국인 투수(더스틴 니퍼트, 유네스키 마야), 3명의 좌완투수(장원준, 유희관, 이현승)로 사실상 확정됐다. 남은 것은 1군 불펜에서 자리를 얻기 위한 싸움이다.
여러 선수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김태형 감독은 지난 19일 잠실 KIA전에 좌완 진야곱을 선발로 냈다. 선발로 쓰기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간 등판 기회가 많지 않았음을 감안해 낸 것이다. 진야곱은 1군 엔트리에 남는다면 긴 이닝, 짧은 이닝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좌완이라는 점에서 쓰임새가 크다.
19일 잠실 KIA전에서는 선발에 가깝게 던졌다. 4⅔이닝으로 거의 5회를 넘긴 진야곱은 단 1점만 내주고 물러났다. 5회초 2사에 주자를 남겨두고 교체된 뒤 오현택이 브렛 필에게 적시 3루타를 맞아 실점은 2점으로 불어났지만 자책점은 1점이 전부였다. 제구가 확실히 잡히지 않아 볼넷 4개를 내준 것은 흠이었지만, 탈삼진 4개로 고비마다 추가 진루 없이 아웃카운트를 만든 것은 좋았다. 피안타도 하나가 전부였다.

많은 안타를 내주지 않은 비결은 최고 구속 148km까지 나온 위력적인 포심 패스트볼이다. 130km대 초반에서 형성된 슬라이더는 변화구 중 가장 많이 활용됐고, 체인지업과 커브도 간간이 볼 수 있었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이 많았을 뿐 좀처럼 타자들에게 공략 당하지는 않았다. 1회초 부드러운 스윙으로 슬라이더를 받아친 신종길 외엔 진야곱의 공을 시원하게 때려낸 타자를 찾기는 힘들었다.
경찰청에서 복무하느라 지난해 1군에서 볼 수 없었던 진야곱이 1군에서 버텨준다면 두산으로서는 천군만마다. 2008년 1차지명을 받고 입단한 뒤 1군에서는 통산 45⅔이닝(평균자책점 3.74)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잠재력은 그때나 지금이나 최고다. 140km대 후반을 지속적으로 찍을 수 있는 구위는 진야곱이 지닌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진야곱 뒤에 나온 투수들도 이번 시즌을 기대케 했다. 지난 2년간 불펜에서 가장 바빴던 오현택, 베테랑 이재우는 1군에서 많은 것을 보여줬지만, 아직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장민익, 김강률, 윤명준은 올해 불펜에서 큰 힘이 될 선수들이다. 특히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막고 각각 승리와 세이브를 챙긴 김강률과 윤명준의 활약도는 그 누구보다 중요하다.
150km대 중반 정도의 빠른 공은 우습게 던지는 셋업맨 김강률의 어깨엔 2015 시즌 팀 불펜의 운명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강률은 매년 스프링캠프에서 모두를 설레게 한 뒤 시즌이 되면 작아졌지만, 올해는 정말 다를 것이란 각오다. 던질 때 팔을 뒤로 빼는 것을 짧게 만들면서 제구도 잡혔다. 김강률 자신은 이를 “포수처럼 던진다”고 표현한다. 바뀐 폼을 바탕으로 시범경기 5이닝 동안 탈삼진이 6개였던 반면 볼넷은 하나만 허용했다.
윤명준도 1군에 복귀한 이후 2경기 연속 1이닝 퍼펙트를 해내고 있다. 통산 4세이브가 있지만, 시작부터 마무리 보직을 받고 시즌에 들어가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윤명준이 성공적으로 새로운 자리에 안착하면 두산은 새로운 마무리 발굴이라는 과제도 성공적으로 완수하게 된다.
이들 외에도 함덕주, 장민익, 이현호, 이원재 등이 시범경기를 통해 가능성을 다시금 보여줬다. 모두 올해 1군에서 보탬이 될 자원들이다. 2000년대 후반 두산의 화수분 야구가 꽃을 피울 때도 좀처럼 이룩되지 않았던 마운드 화수분, 올해가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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