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낯설었다".
비운의 강속구 투수 KIA 한기주(28)가 3년만에 실전등판에 나서면서 다시 눈길을 받고 있다. 정확하게는 2년 7개월만이다. 팔꿈치 수술 그리고 재활, 다시 손가락 수술과 재활, 어깨수술과 재활을 하느라 많은 세월을 보냈다. 팔 전체를 수술한 유일한 투수였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지난 17일 SK 2군 경기에서 1⅓이닝을 던졌다. 홈런을 맞았지만 142km짜리 볼을 뿌리며 복귀를 예고했다.
한기주는 지난 19일 함평 기아 챌린저스필드의 불펜에 들어가 볼을 던졌다. 옆에서는 종아리 부상으로 재활중인 김진우도 함께 볼을 던졌다. 한기주는 약 60개의 볼을 뿌리면서 두 번째 실전을 준비하고 있다. 오늘 22일 2군 경기에 등판한다. 벌써 10년차. 아직은 재기의 가능성만 있을 뿐 성공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마지막 심정으로 야구하고 있다"는 말처럼 투지와 절실함은 신인보다 강하다.

-3년만의 실전이 어색했을 것 같다
▲(웃으면서) 정말 낯설었다. 정확하게 계산해보니 2년 7개월이었다. 그동안 불펜 투구는 많이 했는데 실전 마운드는 처음이었다. 포수의 미트는 보였지만 타자를 세워놓고 볼을 던지려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2년 넘게 재활하면서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자신의 첫 투구를 평가한다면
▲원래 1이닝 던지려고 했는데 1회 투구수가 7개 밖에 되지 않아 조금 더 던졌다. 여러가지 구종을 던졌지만 아직은 좋은 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오랜만에 처음 던졌는데 어깨가 아프지도 않아 기분이 좋았다. 어깨 통증이 없지만 무리가 오면 이야기해서 관리하면서 할 것이다.
- 훈련을 대단히 열심히 한다는 말들이 많다
▲그동안 서울에서 재활을 1대1로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됐다. 함평에서도 트레이너들이 세심히 봐주고 체크해주어 좋아지고 있다. 이곳에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래서 감독님이 아직은 게임 위주의 2군 보다 3군에 두신 것 같다. 이곳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술훈련을 비롯해 러닝과 웨이트 훈련을 하고 있다.
-어깨 수술을 받으면 재기가 어렵다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어깨수술 한 사람 가운데 성공한 사람은 적다. 100명 중에 3~5명 정도라고 한다. 나도 이대진 코치님과 (이)범석이 형을 보면서 어깨 수술을 하면 야구를 그만 두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어깨는 재활이 힘들고 예전처럼 구위가 나올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어깨 수술을 하고 나니까 이거 아니면 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재기를 하더라도 예전의 구위를 되찾을 수 있을까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싶지만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구속이 떨어지는 등 예전의 볼을 던지기는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예전처럼 강속구를 던지RL 보다는 이제는 제구 위주로 포커스를 잡고 싶다. 다만 아직은 기술적으로 변화를 주는 단계는 아니다.
-언제쯤 1군 마운드에 오를 것인지
▲1군 마운드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올해 못나가도 상관없다. 여기서 확실히 몸과 구위를 만들어 놓고 나가고 싶다. 너무 급하게 하다보면 무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야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급하게는 올라가고 싶지 않다.
-기나긴 재활을 하면서 깨달음이 있다면
▲솔직히 여러가지로 많은 공부를 했다. 후배들 보면 겪은 것을 많이 이야기 해주는 편이다. 나처럼 오른쪽 팔(손, 팔꿈치, 어깨까지)을 모두 수술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애들한테도 아프면 참지 말고 말을 해서 빨리 조치를 하라고 조언한다. 한쪽이 아프면 다른 쪽으로 던지려고 하기 때문에 부상이 온다. 나도 팔꿈치가 아프자 어깨로 던지려다 다친 것이다.
-목표가 있다면
▲아직은 성적 그런 것은 생각할 단계는 아니다. 무조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프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실전도 나가고 성적은 나오는 것이다. 올해가 데뷔 10년차이다. 참으로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다. 지금은 야구를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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