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나머지 수비 훈련이 시작됐다. 상대팀이 빠져나간 그라운드에는 한화 야수들이 남아 훈련을 진행했다. 김성근 감독이 내놓을 수 있는 해결 방법은 훈련밖에 없었다.
한화는 20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KBO 시범경기에서 롯데에 2-13 대패를 당했다. 전날 0-12 영봉패를 당한 데 이어 2경기 연속 대량 실점으로 무너졌다. 최근 5연패로 한화는 시범경기 성적 2승8패를 마크, 승률 2할에 그치며 10위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 5개의 실책을 남발한 한화는 수비에서 스스로 무너진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1회 롯데 1번 황재균의 타구를 중견수 장운호가 슬라이딩 캐치하며 기분 좋게 시작했지만 바로 다음 타석 손아섭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유격수 박한결이 포구를 놓치는 바람에 출루시켰다. 배영수는 실책 직후 맞이한 짐 아두치에게 우월 투런 홈런을 맞았다.

이어 3회 무사 1루에서도 어이없는 실책이 나왔다. 배영수가 손아섭을 2루 땅볼로 유도하며 병살을 이끌어내는 듯했다. 그러나 2루수 강경학이 몸을 틀고 2루로 던지는 과정에서 송구가 빗나갔다.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유격수 박한결이 몸을 뻗었으나 송구는 좌측으로 빠져나갔다. 그 사이 1루 주자 황재균은 2~3루를 지나 홈까지 질주했다.
6회는 그야말로 악몽의 시간이었다. 안타 6개와 사사구 2개에 실책이 무려 3개나 겹치며 8실점을 내줬다. 무사 1루에서 박종윤의 우측 빠른 타구에 우익수 고동진이 한 번 더듬는 바람에 한 베이스씩 더 허용했다. 계속된 1사 1·3루 정훈의 포수 앞 땅볼에는 지성준이 3루 주자의 홈 쇄도를 막지 못한 채 1루로 악송구를 범했다.
그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실책으로 또 실점을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타자 주자 정훈의 어깨에 맞고 굴절된 공이 1루수 김경언의 오른쪽 광대뼈를 강타했다. 김경언은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에 빠져 병원으로 이동했다. 이후 김대우-황재균의 적시타와 손아섭의 투런 홈런으로 한화 마운드가 무너졌다.
6회 2사 1루에서는 대수비로 들어간 유격수 정유철마저도 공을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9회에는 2사 1루 하준호의 좌중간 뜬공 타구를 좌익수 오준혁과 중견수 노수광이 서로 미루다 안타로 둔갑되고 말았다. 결국 이우민에게 중전 적시타로 추가 실점하며 실책 후 실점이라는 악순환을 이어갔다. 경기 후 김성근 감독은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짧은 한마디를 남겼다.
경기는 오후 4시42분에 끝났다. 그런데 10분도 지나지 않은 오후 4시51분부터 한화 야수들이 하나둘씩 그라운드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실책을 저지른 선수들 뿐만이 아니었다. 김태균 정근우 송광민 권용관 등 주전들을 제외한 야수 전원이 그라운드에 나왔다. 임수민 수비코치가 배트를 들고 내외야로 펑고를 치며 수비 훈련을 시작했다. 선수들도 목청껏 파이팅을 외치며 공을 받았다. 스프링캠프에서나 볼 수 있는 필딩 훈련이 시범경기 직후에 이어졌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 실수한 장면들을 반복 동작으로 연습했다. 포수 지성준의 늦은 홈 태그와 1루 송구 동작을 반복했고, 좌중간으로 뜬공 타구를 띄워 외야수들의 콜플레이를 연습시켰다. 김광수 수석코치는 2루수와 유격수 자리를 넘나들며 직접 포구와 송구 동작을 취했다. 전날 밤 8시30분까지 특타 훈련이 이어진 가운데 이날은 수비 훈련이 어김없이 이어졌다. 한화는 21일 대구구장에서 삼성과 시범경기를 갖는다. 이동해야 할 시간도 쪼개 나머지 훈련을 진행했다.
5연패와 무기력한 경기력, 김성근 감독과 한화가 할 수 있는 대책은 훈련 또 훈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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