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승부 끝에 승리는 IBK기업은행이 가져갔다. 하지만 이긴 팀도, 진 팀도 모두 숙제를 확인한 경기였다. 박정아(22, IBK기업은행)와 황연주(29, 현대건설)가 살아나야 두 팀 모두 챔피언에 도전할 수 있다. 경기 막판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명제였다.
IBK기업은행은 20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플레이오프’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외국인 선수 데스티니의 맹활약을 앞세워 세트스코어 3-1로 이기고 3판 2선승제의 플레이오프 기선을 제압했다.
널뛰기 경기였다. 1세트는 현대건설의 리시브 라인이 급격하게 흔들리며 기업은행이 쉽게 이겼다. 그러나 2세트는 반대 양상이었다. 현대건설의 리시브가 안정되고 서브가 강해지면서 이번에는 기업은행이 정신을 못 차렸다. 1세트는 25-14, 2세트는 25-10. 일방적인 경기 내용이었다. 그랬던 두 팀의 경기력은 3세트부터 불이 붙었고 결국 수비와 집중력에서 조금 더 앞섰던 기업은행의 승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진 현대건설은 물론, 이긴 기업은행도 뒷맛이 아주 개운치는 않은 경기였다. 바로 외국인 선수들을 뒷받침해야 할 날개 공격수인 박정아와 황연주의 부진 때문이다. 팀의 한 쪽 날개를 담당하고 있는 두 선수는 이날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벤치의 애를 타게 했다. 급기야 세트 선발에서 빠지는 일까지 겪었다. 이긴 박정아야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진 황연주로서는 입술을 깨물 만한 경기였다.
황연주는 1세트에 단 한 점도 얻지 못했다. 팀의 리시브 라인이 흔들린 것도 있었지만 황연주 자신의 컨디션도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다. 여기에 수비 부담까지 쏟아지며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이에 양철호 감독은 2세트부터 황연주를 빼고 고유민을 투입해 리시브 라인을 강화하는 쪽을 택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며 현대건설이 2세트 이후 힘을 내는 원동력 중 하나로 작용했다.
데스티니, 김희진과 함께 막강 삼각편대를 이루는 한 축인 박정아도 리시브 부담에 공격에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3세트까지의 득점은 단 4점, 공격 성공률은 20%까지 떨어졌다. 이정철 감독도 박정아를 4세트 초반 출발에서 제외하며 고민을 드러냈다. 그러나 선발 제외가 약이 됐을까. 중반 다시 투입된 박정아는 이전보다 더 활기찬 모습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특히 24-24에서 결정적인 득점을 낸 것을 시작으로 듀스에서 몇 차례 득점에 성공하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최종 성적은 11득점에 37.93%였다. 계속 부진했던 박정아가 기업은행의 숨구멍을 틔운 셈이 됐다.
박정아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391점을 올려 팀 내 3위(데스티니 760점, 김희진 450점), 전체 9위에 오른 대표적 국내파 날개 공격수다. 박정아가 공·수에서 제 몫을 할 때 기업은행의 경기력은 최고조에 오를 수 있다. 4세트 막판이 그랬다. 여자 프로배구의 대표적 라이트 공격수인 황연주 또한 322점을 올렸다. 폴리와 양효진이 편하게 뛰기 위해서는 반드시 황연주가 살아나야 한다. 현대건설이 자랑하는 서브 라인 또한 황연주가 있을 때 완성된다. 2차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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