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폭스바겐 ‘골프’만큼만 하자가 목표였다.” 독자 개발한 7단 DCT를 알리기 위한 설명회에 참석한 현대자동차 변속기 개발실장 임기빈 이사의 말이다. 임 이사는 직접적으로 경쟁사명을 언급하며 자사 신형 변속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직은 오해도 있다. 일각에서는 DCT가 자동변속기의 하나로 잘못 알려져 있다는 것.
지난 13일 현대자동차는 경기도 남양 현대·기아차 연구소에서 국내 자동차 담당 기자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7단 DCT(듀얼 클러치 미션, Dual Clutch Transmission) 설명회를 가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북미용 신형 ‘LF 쏘나타 1.6 가솔린 터보’에 처음으로 7단 DCT를 장착, 올해부터 ‘엑센트’를 시작으로 ‘PYL’ 라인업으로 국내 출시 모델에도 선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7단 DCT를 개발한 이유는 2가지다. 우수한 연비와 운전의 재미. 소비자들은 내 차가 더 적은 연료로 달리되 역동적으로 움직여주기까지 바란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흐름에 따라 현대차는 글로벌 업체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DCT를 선택했다. 이로써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자동과 수동, 무단, 듀얼 클러치까지 전 변속기를 자체 개발제품을 사용한다.

현대차는 DCT를 독자 개발하면서 폭스바겐의 DCT를 목표로 했다. 폭스바겐의 DCT는 DSG(Direct-Shift Gearbox)라고 불리며 7단까지 기어변속이 가능해 현대차 또한 7단을 지원한다. 임 이사는 제품 설명 시 “DCT는 수동 변속기이나 운전자의 편의와 연비를 위해 자동화한 수동 변속기다”고 강조했다. DCT는 기존 수동 변속기에서 운전자의 손과 발의 개입이 없을 뿐 내부에서 전기 모터식 기어 액추에이터와 클러치 액추에이터가 이를 대신 해준다.
현대차가 7단 DCT 개발에 있어 주안점을 둔 부분은 ‘편안한 운전’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변속감을 최소화 해 폭스바겐보다 부드러움을 추구했다. 이를 위해 기어 액추 에이터의 모터를 2개로 제작했다. 이것이 현대차 DCT의 다른 점이자 가장 큰 특징이다.
기어 액추에이터의 모터가 2개이기 때문에 홀수와 짝수를 오가며 기어 변속이 이뤄질 때 각각의 모터가 홀수와 짝수의 클러치 디스크를 하나씩 담당한다. 클러치 교환 시 발생하는 토크의 단절을 최소화해 변속감을 줄이고, 빠른 변속을 도와준다. 또, 하나의 모터가 망가져도 다른 하나의 모터로 주행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변속 직결감을 위해 현대차는 클러치 디스크의 종류를 건식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건식은 습식 대비 직결감과 연비가 우수한 반면 열에 민감하고, 내구성이 떨어진다. 이를 감안해 현대차는 클러치 디스크의 크기도 키우고, 내열성 클러치 마찰재와 보호 로직을 자체 개발, 보강했다. 이 덕에 최대출력 34.7kg·m인 U2 1.7 디젤 엔진과의 조합도 가능했다. 폭스바겐은 30kg·m 이상인 모델에는 습식 DSG를 탑재했다.
특히, 현대차는 주행 환경에 따라 적합한 변속 패턴을 자동으로 제어해주는 TCU(변속제어 유니트, Transmisson Control Unit)의 독자 개발에 의미를 뒀다. 기존에 보쉬나 델파이 등의 업체에서 공급을 받던 때와 달리 보다 짧은 시간 내에 원하는 대로 TCU의 로직을 변경할 수 있어 개발 기간과 비용이 줄어들고, 소비자의 요구에 더욱 세심하고 강건하게 대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개발 단계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일명 ‘반클러치 상태’ 유지와 같은 변속기에 스트레스가 주어지는 상황에서의 대응이다. 임 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지하주차장 오르막길 저속주행 등 변속기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오면 폭스바겐의 변속기는 클러치 보호 차원에서 클러치를 풀어서 차가 뒤로 밀리도록 해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도록 만든다.

현대차 연구원들도 7단 DCT도 같은 방법을 쓰자고 했다. 하지만 품질팀에서 엄격한 국내 소비자들의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반대했다. 결국 개발팀은 16~25만km, 최대 30km에서 심지어 깨질 때까지 한계를 끌어올렸다. 임 이사는 “처음에는 폭스바겐 ‘골프’만큼만 하자였는데 우리가 훨씬 좋다”고 자신했다.
이날 행사에는 짧고 굵게 현대차의 7단 DCT와 현대차가 롤모델이자 라이벌로 지목한 폭스바겐의 DSG를 비교체험 해보는 시승 시간도 마련됐다. 신형 ‘쏘나타’를 제외하고, 7단 DCT를 장착한 모든 모델이 준비됐으며 폭스바겐의 모델로는 ‘폴로’와 ‘골프’ 1.6 TDI가 기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연구소의 한 시험장에서 준비된 차량들을 다른 기자들과 차례대로 돌아가며 감속과 가속 성능을 느껴봤다. 기자는 ‘벨로스터 터보’ ‘i30’ ‘골프’ ‘엑센트’ ‘i40’ ‘폴로’ 순으로 시승을 했다. 연구소 직원의 말로는 차급에 따라 변속감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확실히 ‘i40’가 변속 시 느껴지는 이질감이 가장 적었다. ‘i40’는 미디어 시승 행사에서도 겪어봤지만 변속충격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벨로스터 터보’ 또한 거의 비슷하며 터보 엔진이 함께여서 그런지 착착 감기는 맛이 있다. ‘i30’는 5단에서 6단으로 넘어갈 때 찰나의 머뭇거림이 전해진다. ‘엑센트’는 이 중에서 가장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또, 현대차의 7단 DCT는 차근차근 속도를 올려줬지만 가속감은 폭스바겐 모델들보다 살짝 더딘 느낌이다.
‘골프’와 ‘폴로’는 1단에서 3단까지는 울컥거림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급하게 액셀을 밟는 편이라면 4단까지도 변속감이 더 심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임 이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중속에서 고속으로 넘어갈 때 살짝의 ‘멍 때림’이 있다. 하지만 부드러움보다 주행의 맛을 즐기는 운전자라면 오히려 이를 즐길 것 같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자사 출시 모델들의 평균 연비를 25% 향상시킬 계획이며 7단 DCT가 그 첫번째 총알이다. 현대차의 7단 DCT는 향후 다운사이징 엔진에도 적용될 예정이며 2.0 엔진의 중대형 모델 탑재도 위해 습식 DCT를 개발 중에 있다. 임 이사는 “기존 6단 자동변속기 대비 변속 속도가 15%, 가속성능이 4~6%, 연비는 6~10% 개선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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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시승행사./ 현대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