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 덕아웃에 있는데 기분이 묘했다".
장종훈(47) 롯데 타격코치는 한화 최초로 등번호 35번이 영구결번 된 레전드다. 1987년 연습생으로 빙그레에 입단한 그는 KBO 최초로 40홈런을 돌파하며 최고의 홈런왕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5년 한화 유니폼을 입고 성대한 은퇴식을 가진 장 코치는 이듬해부터 한화에서 지도자로 변신해 최진행·송광민·김태완 등을 육성했다.
장종훈 코치는 "한화는 내 청춘을 다 바친 곳이다. 19살에 들어와서 29년 동안 한화에 있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팀이다"고 애정을 보였다. 하지만 장 코치는 지난해를 끝으로 정든 한화를 떠났다. 가을 마무리캠프를 마친 뒤 롯데행을 결정한 것이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지난 19~20일, 장 코치는 롯데 유니폼을 입고서 익숙한 대전구장을 다시 찾았다.

오랜만에 만난 한화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장 코치를 진심으로 반겼다. 장 코치도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으로 해후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 결코 양보란 없었다. 장 코치가 지휘한 롯데 타선은 이틀 동안 한화 마운드를 폭격했다. 2경기 연속 3개의 홈런을 폭발시키며 25득점을 퍼부었다. 확 달라진 롯데 타선에 혼쭐난 한화는 5연패 수렁에 빠졌다.
장 코치는 친정팀 한화와 적이 되어 처음 맞대결한 소감에 대해 "매일 대전구장 1루 홈팀 덕아웃에만 있었는데 3루 원정팀 덕아웃에 있으니 어색했다. 첫 날 대전구장에 들어올 때에는 기분이 묘했다"며 "조금 어색하기는 했지만 경기를 하면서 그런 마음이 없어지더라"고 웃었다. 그래도 옛 제자들이 눈에 밟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장 코치는 "한화 애들이 많이 말랐더라"며 지옥훈련으로 눈에 띄게 홀쭉해진 제자들의 모습에 놀라워했다.
하지만 장 코치의 시선은 이제 한화가 아닌 롯데에 맞춰져 있다. 롯데는 시범경기이지만 최근 3경기 연속 홈런 3방을 터뜨리며 팀 홈런 공동 1위(15개)에 올라있다. 짐 아두치가 4개의 홈런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는 가운데 김민하·김대우가 나란히 홈런 2개를 가동하며 화끈한 대포 군단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종운 감독도 "우리 타자들이 생각보다 힘이 좋다"며 선수들의 감춰진 잠재 능력 발산에 반색했다.
장 코치는 "원래 잘 치던 선수들이다. 날이 풀리며 방망이가 잘 돌아가고 있다"며 "아두치는 한 가지 확실한 게 기복이 없을 듯하다. 오늘(20일) 홈런도 낮은 공을 잘 친 것이다. 스윙이 짧아 장거리 타자는 아니지만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세이프티 번트 등 여러 가지 플레이를 할 수 있어 팀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이어 장 코치는 "김대우와 김민하도 외야수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다 보니 서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롯데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앞으로가 정말 기대된다. 선수들이 더욱 자신감을 갖고 해주면 좋을 것이다"고 당부했다. 당대 최고의 홈런왕 출신인 장 코치의 지도 아래 롯데 타선이 화끈한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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