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범경기에 정예 중심타선을 내세웠다. 브렛 필, 나지완, 최희섭, 이범호 등 3번부터 6번 타순까지 네 명의 거포들을 차례로 포진시켰다. 오키나와 실전을 시작으로 시범경기까지 처음으로 동반 출전한 것이다. 마치 개막전 선발라인업을 예고하는 듯 했다.
그러나 수비포메이션에서 김기태 감독의 고민이 묻어났다. 필을 좌익수로 선발출전시키고 최희섭을 1루수, 나지완이 지명타자였다. 3루수인 이범호를 제외하고는 세 선수의 포지션이 유동적이라는 점을 보여준 타순전개였다. 동시출장을 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이들의 첫 동반 성적표는 부진했다. 필은 3타수 무안타 1타점, 나지완은 1안타와 2볼넷을 묶어 2타수 1안타, 최희섭 3타수 무안타, 그리고 이범호는 볼넷 1개를 골라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모두 10타수 2안타. 홈런은 없었고 2루타도 나오지 않았다. 처음으로 손발을 맞춘 점에 만족했다.

그렇다면 정규리그에서도 붙박이 중심타순이 될까? 이날은 일종의 테스트 차원으로 보이지만 김감독의 의지는 분명히 있는 듯 하다. 이들 4명의 타자들이 동시에 포진한다면 파괴력은 강해지기 때문이다. 김주찬 등 테이블세터진이 출루하고 빅4에서 해결하는 방정식이 그려진다. 마운드의 상대 투수들은 압박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김기태 감독이 노리는 효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림자도 크다. 수비력의 부담을 안게 된다. 필 혹은 나지완이 외야로 나가거나 최희섭이 1루수로 나선다면 필연적으로 수비력이 촘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비불안은 투수들과 다른 야수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실책이 아니더라도 수비에서 실수 하나는 경기의 흐름을 좌우할 수도 있다. 특히 김원섭이 선발라인업에서 빠지면 중견수 구멍이 커지는 부담도 있다.
아울러 외야수 가운데 김원섭과 신종길 가운데 한 명이 빠지기 때문에 기동력에 문제가 드러난다. kt로 이적한 이대형, 김선빈과 안치홍이 군입대로 빠지면서 KIA의 기동력은 반감됐다. 김원섭, 신종길 가운데 누가 빠져도 기동력은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빅4가 홈런 등 장타를 펑펑 날린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항상 장타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빅4의 기용법은 유동적이다. 상대 투수 혹은 경기 상황에 따라 선발라인업에 모두 들어갈 수도 있고 한 명이 벤치에 대기하다 교체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필을 제외하고는 부상경력이 많다는 점에서 관리까지 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김 감독은 매 경기마다 공격이냐 수비냐의 놓고 선택을 해야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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