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만 잘 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할 줄 안다".
김성래 삼성 라이온즈 수석 코치는 프로야구 거포 2루수의 시대를 연 주역이다. 그는 1987년 22차례 대포를 쏘아 올리며 프로야구 역대 2루수 사상 첫 홈런왕에 등극했다. 이는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그리고 1986년부터 3년 연속 2루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김성래 코치의 눈에 비춰진 외국인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삼성)는 어떤 모습일까. "타자로서 장점이 아주 많다"는 게 김성래 코치의 첫 마디였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국내 무대에 입성한 나바로는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컸던 게 사실. 삼성 외국인 선수의 흑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가득한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넝쿨째 굴러온 복덩이와 같았다.
나바로는 1번 중책을 맡으며 타율 3할8리(500타수 154안타) 31홈런 98타점 118득점 25도루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특히 그는 넥센과의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3할3푼3리(24타수 8안타) 4홈런 10타점 8득점 고감도 타격을 선보였다. 당연히 한국시리즈 MVP도 나바로의 몫이었다.

시범경기에서도 그의 방망이는 식을 줄 모른다. 나바로는 21일까지 타율 3할8푼7리(31타수 12안타) 3홈런 7타점 6득점으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 중이다.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발전된 모습이다.
김성래 코치는 "나바로는 타고난 능력이 뛰어나다. 항상 자기 몫은 하는 선수"라며 "타자로서 장점이 아주 많다. 단순히 방망이를 잘 칠 뿐만 아니라 상대 투수의 볼배합을 잘 읽고 출루해야 할 시점과 장타를 때려야 할 시점을 잘 구분한다"고 엄지를 세웠다. "쉽게 말해 방망이만 잘 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할 줄 안다"는 게 김성래 코치의 설명이다.
"좋은 타자가 갖춰야 할 조건이 다양한데 나바로는 그러한 장점이 아주 많다"는 김성래 코치는 "타석에서 순간적인 판단 능력이 탁월하다. 나도 가끔씩 깜짝 놀랄 정도다. 흔히 야구 두뇌라고 하는데 나바로는 최고다. 누가 가르쳐준다고 되는 부분이 아니다"고 찬사를 보냈다.
"나바로는 2년차 징크스와 거리가 멀다"는 게 김성래 코치의 말이다. "작년에 타 구단에서 나바로를 경계한다고 해도 제대로 막지 못했다. 집중 견제와 같은 건 걱정하지 않는다. 한국 야구를 1년 경험한 게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올해부터 경기수로 늘어났으니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올해 들어 더욱 무서워진 나바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집중력을 바탕으로 홈런치는 1번 타자의 위용을 마음껏 뽐낼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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