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이기는 하지만 지는 것을 좋아하는 선수는 없다. 순위표 아래에 처지는 것을 좋아하는 야구인도 당연히 없다. 하지만 그 기억을 빨리 잊고 정규시즌에 시선을 고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기록에서 드러난다. 최하위를 확정한 한화도 마찬가지다. 정규시즌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팬들의 관심을 붙잡는 화두가 될 전망이다.
한화는 2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3-9로 패하며 시범경기 6연패 수렁에 빠졌다. 선발 유창식이 6이닝 동안 117개의 공을 던지며 8피안타(1피홈런) 7사사구 8실점으로 부진한 여파를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주전 선수들이 대거 빠진 타선도 별다른 힘을 내지 못했다. 고동진이 3안타를 치며 분전했지만 하위타선이 단 하나의 안타도 치지 못하는 등 한계를 드러낸 끝에 3득점에 그쳤다.
이로써 한화는 시범경기에서 2승9패(.182)를 기록, 22일 삼성전 결과와는 관계없이 시범경기 최하위가 확정됐다. 만약 22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진다면 승률은 1할6푼7리까지 떨어진다. 이는 2003년 롯데(당시 2승10패1무) 이후 시범경기 최저 승률이 된다. 김성근 감독은 시범경기 성적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지만 달라진 모습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다소간 실망스러운 대목이 될 수 있다.

한화의 전력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시범경기부터 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 이는 거의 없었다. 야수 중에서는 정근우 조인성 이용규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재활 여파로 제대로 된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서 2군급 선수들이 주축이 된 야수 라인업이 나왔다. 투수는 비교적 1군 선수들이 총동원된 모습이었지만 역시 재활 선수들이 많았던 관계로 100% 전력은 아니라는 인상이었다. 다만 마운드 난조, 수비 실책 등 최근 한화의 발목을 잡았던 불안요소들이 다시 드러났다는 대목에서 보완점은 찾을 수 있는 시범경기였다.
그렇다면 시범경기 최하위로 보는 역대 성적은 어떨까. 역시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예외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1년 이후 시범경기 최하위를 기록한 14개 팀 중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은 5팀(2005년 두산 2위, 2006년 한화 2위, 2011년 SK 2위, 2012년 롯데 4위, 2013년 삼성 1위)이었다. 약 36%가 예외가 됐다. 시범경기 1위 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하는 경우(2005년 롯데, 2006년 LG, 2008년 KIA, 2013년 KIA, 2014년 두산)도 5번이었다. 전자의 확률과 동일하다. 경기에 지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지만 그 전적에 큰 미련을 둘 필요는 없는 이유다.
시범경기 1위가 정규시즌 1위까지 달린 경우는 2002년 삼성, 2007년 SK까지 두 팀에 불과했다. 지난해만 봐도 시범경기 1위 두산의 정규시즌 최종 순위는 6위, 4위 KIA의 최종 순위는 8위였다. 오히려 5할에 못 미치는 승률로 공동 6위에 처졌던 삼성과 넥센이 정규시즌 힘을 냈다. 결국 “시범경기 성적은 시범경기일 뿐”이라는 명제가 드러난다. 다만 시범경기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어떻게 보완하느냐는 이제 하위권 팀들의 고민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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