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성형’ 문학구장, 최고 명예 업그레이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3.22 06: 30

경기장 시설 측면에서 최고를 자부했던 인천 문학구장이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에 앞서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했다. 겨울 동안 쉴 새 없이 모습을 고친 문학구장이 한층 산뜻해진 모습으로 팬들과 호흡할 준비를 마쳤다.
지난 20일 kt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문학구장을 찾은 팬들은 사뭇 달라진 경기장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외관상으로, 내면상으로 여러 부분에서 공사가 진행돼 환경 자체가 적잖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포수 후면석으로 잘 알려진 라이브존이 설치됐고 내야 4층에는 경기장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와이드존이 신설됐다. 그 외 라이브존 티켓 소지자에 한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지하 라운지, 그리고 외야 스포츠바 등이 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팬들의 관심을 모은 것은 역시 라이브존이었다. 문학구장의 위수탁사업자인 SK는 겨울 동안 백스톱을 개조해 289석의 메이저리그식 라이브존을 만들었다. 이미 대전과 광주에서는 팬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좌석들이다. 최대 장점은 역시 생동감이다. 포수 뒷면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볼 수 있다. 선수들의 목소리,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이 생생하게 들린다. 좌석도 쿠션감이 좋은 특별좌석을 설치해 만족감을 높였다.

이날 라이브존을 이용한 관중들은 저마다 카메라 등을 들고 선수들의 모습을 담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기존 좌석들이 제공하지 못했던 거리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라이브존과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하 라운지도 큰 호응을 모았다. 라이브존 티켓 소지자 전용인 라운지는 약 100평의 규모로 100여석의 좌석과 스낵바가 설치되어 있다. 방문하는 팬들은 가벼운 샌드위치와 음료(주중), 혹은 고급 도시락(주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임원실 등 기존 공간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팬들을 위해 설치한 라운지 내에는 곳곳에 TV가 설치되어 있어 관람의 단절이 없다. 앞쪽에는 80cm 높이의 창이 설치되어 있어 자리에 앉아 포수의 시각에서 경기장을 바라볼 수도 있다. 화장실까지 완비된, 문학구장만의 차별화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장순일 SK 마케팅 그룹장은 “이 라운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생각하면 사실 라이브존 뒤쪽에 위치한 테이블석과 가격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라운지를 찾은 팬들의 만족도는 대단히 높았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용희 감독 또한 “한 번 가보라. 정말 잘 해놨다”고 취재진에 권유할 정도로 최신 시설을 자랑했다.
음향 시스템도 완전히 바꿨다. 기존 음향 시스템이 나쁜 수준은 아니었지만 양쪽에서 소리를 집중적으로 때리다보니 울림 현상이 있었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이에 경기장 곳곳에 총 175개의 스피커를 설치해 서라운드 시스템을 구축했다. 각 스피커는 상황에 따라 구역별로, 그리고 개별적으로 제어가 가능해 유연성을 높였다. 한편 SK는 노후화된 일반석 좌석을 모두 교체했다. 좌석 간격이 늘어나 전체 수용 규모는 2만7600석에서 2만6000석으로 줄었지만 팬들을 위해 과감히 교체를 결정했다.
선수들이 뛰는 환경도 좋아졌다. 덕아웃은 지난해에 비해 약 20~30% 확대됐다. 한 선수는 “선수, 코치님, 그리고 직원분들이 모두 들어오면 덕아웃이 꽉 차 북적거리는 감이 있었는데 덕아웃이 넓어져 경기 준비하기가 편해졌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라운드 사정도 좋아졌다. 지난해 배수가 잘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는데 땅 전체를 60cm 깊이로 파고 그간 쌓인 이물질 등을 모두 제거했다. 그 위에 좋은 흙을 공수해 그라운드를 다졌고 잔디도 다시 심었다. 인력이 가장 많이 투입된 대공사였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이렇게 SK는 이번 부분 리모델링 공사에만 3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사실 문학경기장은 현재 다른 경기장과 비교해도 시설 측면에서 그리 떨어지는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SK가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것은 문학구장이 더 이상 ‘새 경기장’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문학구장도 벌써 13년차다. 광주, 대구에 새 경기장에 들어서거나 들어설 예정이고 대전, 마산, 수원 등도 리모델링을 마친 상황에서 팬들의 만족감 재고를 위해 필수적인 투자였다는 설명이다. FA 투자, 강화도 드림파크 완공 등에 이은 SK의 광폭투자 3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선수단이 좋은 성적으로 팬들을 끌어들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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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구장 라이브존에서 바라본 그라운드 전경(위). 라이브존 티켓 소지자에 한해 무료로 이용이 가능한 지하 라운지(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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