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에 대한 욕심은 없다. 하지만 144경기 체제 아닌가. 언젠가는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 그 때 내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박계현(23, SK)은 오키나와 캠프 당시 치열한 팀 내 2루수 경쟁에 대해 묻자 한 발 물러섰다. 이대수 나주환이라는 베테랑 선배들의 기량보다 못하다며 자신을 낮췄다. 그러나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자신감도 잊지 않으며 때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때가 찾아오자 물 만난 고기처럼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발군의 성장세를 과시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1군 굳히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박계현은 21일까지 시범경기 11경기에 나가 타율 4할6리, 출루율 4할5푼9리, 장타율 5할3푼1리를 기록하며 SK 타선을 이끌고 있다. 리그 전체에서도 가장 좋은 타율이다. 21일 현재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유일하게 4할 타율을 치고 있다. 마지막 경기에서 규정타석에 진입하는 선수들이 있을 수 있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어쨌든 기대 이상의 활약임은 분명하다.

사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박계현이다. 박정권 최정 김성현이 내야 한 자리씩을 차지한 가운데 이대수 나주환 박계현이 2루를 놓고 경쟁하는 형국이었다. 여기에 내야 전 포지션의 백업 자리도 김연훈과의 경합이 불가피했다. 사실 시범경기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1군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계현은 자신에게 온 기회를 완벽하게 살렸다. 공·수·주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나도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라는 박계현의 자신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1군 62경기에서 3할4푼1리를 기록한 박계현은 맞히는 재주는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도 그런 재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편식도 없다. 왼손을 상대로 4할4푼4리, 오른손을 상대로 4할7푼1리다. 주자가 있을 때(.455)와 득점권(.364)에서도 높은 집중력을 보이며 6타점을 수확했다. 팀 내 최고 준족 중 하나답게 도루도 2개를 기록했다.
타율도 타율이지만 타구의 질이 좋아졌다. 천성적으로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인 박계현은 전지훈련 기간 동안 밥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무려 10㎏를 불렸다. 최정과 함께 팀 내에서 가장 부지런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한 선수로 손꼽힌다. 그 와중에 자신의 장점인 발도 살리기 위해 순발력 훈련도 병행했다. 그 결과 갖다 맞히는 타격에서 벗어나 좀 더 힘을 실은 타구를 만들어내고 있다. 박계현은 “확실히 타구의 질이 좋아진 것 같다. 잡힌 타구도 직선타성 타구가 많았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미소지었다.
김용희 감독도 박계현을 여러 포지션에서 실험하며 막바지 점검에 들어가고 있다. 2루는 물론 최근에는 3루에서도 주전으로 나섰다. 그리고 수비에서도 무난한 모습을 보여주며 김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다. 김 감독은 박계현의 관건으로 수비를 뽑았지만 “원래 공격과 주루는 좋았던 선수”라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빠른 발을 가지고 있는 박계현은 이명기 조동화 김강민과 함께 김 감독이 추구하는 ‘뛰는 야구’의 선봉장이 될 수 있는 재질이 있다. 시범경기 맹활약으로 기대치를 높이고 있는 박계현이 그런 김 감독의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며 주전 2루수에 대한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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