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식 117구에 담긴 김성근 감독 의중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3.22 06: 32

유창식은 왜 시범경기에서 117개의 공을 던졌을까. 
한화 좌완 유창식은 지난 2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시범경기에 선발로 나와 6이닝 8피안타(1피홈런) 7볼넷 2탈삼진 8실점으로 무너지며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유창식의 투구가 화제로 떠오른 것은 7볼넷 8실점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투구수가 117개였다는 점에 오히려 더 많은 시선이 쏠렸다. 
지난 2011년 프로에 데뷔한 유창식의 한 경기 개인 최다 투구수는 119개. 지난 2013년 9월3일 대전 두산전에서 4⅔이닝 동안 119개의 공을 던진 바 있다. 110개 이상 투구가 모두 9경기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정규시즌 기록이었다. 시범경기에서 117구를 던진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더군다나 유창식의 투구 내용이 매우 안 좋았다. 119개 공 중에서 스트라이크 60개, 볼 57개의 비율에서 나타나듯 제구가 안 됐다. 볼넷 7개에 폭투도 2개나 범했다. 1회부터 4회까지 매회 2점씩 내주며 8실점했다. 4회를 마쳤을 때 투구수 99개로 100개에 육박했지만 유창식은 5~6회 18개를 더 던졌다. 
이를 두고 '벌투'라는 시선도 없지 않다. 상식적으로 시범경기에서 투구 내용이 안 좋은 투수에게 117개의 공을 던지게 하는 건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하지만 유창식의 117구에는 다른 의미가 있다. 연습보다는 경기를 통해 보완해야 하는 유창식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예고된 부분이다. 
유창식은 팔꿈치 통증 탓에 지난해 가을 마무리캠프부터 올해 스프링캠프까지 불펜 투구를 많이 못했다. 주력 투수 중 유일하게 캠프 연습경기에도 나서지 않았다. 유창식의 첫 실전 투구는 8일 대전 LG전 시범경기가 처음. 이어 11일 대전 SK전, 12일 대전 두산전까지 3경기를 구원으로 던졌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실전에서 연습을 하며 계속 만들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다른 투수들보다 출발이 늦은 만큼 페이스를 올려야했다. 
이어 15일 마산 NC전에는 선발로 등판했다. 이날 경기 전 김 감독은 "유창식은 경기 속에서 던져야 하는 스타일이다. (불펜에서) 연습만으로는 안 된다. 실전경기에서 던지며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NC전에서 4이닝 1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한 뒤 김 감독은 유창식을 5선발로 잠정 결정했다. 다만 부족한 투구수를 늘리기 위해 실전경기도 훈련의 연장선상으로 봤다. 삼성전을 끝으로 일주일 이상 경기가 없는 것도 고려됐다. 
유창식은 삼성전 등판 전날에 "캠프에서 불펜 투구를 하며 진짜 안 좋았다. 그래서 감독님께서 그렇게 보신 것 같다"며 "선발에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몸 상태를 100% 맞추겠다"고 말했다. 비록 뜻하지 않은 제구 난조로 삼성전에서 대량 실점하며 117개의 공을 던졌지만, 경기 속에서 만들어가겠다는 김 감독의 의지는 분명했다. 오히려 힘을 빼고 던진 5~6회 2이닝 연속 삼자 범퇴가 유창식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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