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에 순박한 청년이 한 명 들어왔다.
동산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8월 열린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2라운드 신인으로 넥센에 지명된 좌완 투수 김택형(19)은 흔히 말하는 '요즘 10대'들과 다르게 순수함을 갖고 있다. 함께 입단한 동갑내기 최원태, 김해수가 장난을 치면 받아주는 성격을 가진 밝은 청년이다.
신인 3인방 중 최근 가장 좋은 페이스를 갖고 있는 김택형은 이번 시범경기 넥센 불펜에서 눈에 띈 호투를 선보였다. 그는 팀의 11경기 중 5경기에 나서 1홀드 5⅔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했다. 지난 13일 목동 KIA전에서 내야수 황대인에게 허용한 홈런이 유일한 실점이다.

김택형은 마지막 시범경기였던 23일 문학 SK전에서도 1이닝 2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김재현을 3구 삼진으로 잡아낸 제구력은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좌완 김택형이라는 자원을 얻은 게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 후 김택형은 약 2주간의 시범경기를 되돌아보며 "새롭고 재미있었다"고 상기된 목소리를 전했다. 김택형은 "TV에서만 보던 선배님들한테 던진 거다. 저도 제가 엄청 긴장하고 던질 줄 알았는데 던지면서 긴장이 풀려 스스로 놀랐다. SK 박정권 선배님은 제가 인천 사람이라 더 신기했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밝혔다.
반대로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은 황대인에게 홈런을 맞은 날. 김택형은 "유일한 실점이었다. 그것도 같은 신인 선수에게 맞은 것 아닌가. 가장 화가 많이 났다. 공 하나를 조금만 더 집중했으면 됐을텐데 정말 아쉬웠다. 앞으로 더 조심히 집중해서 던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기사를 통해 알았다고 했다. 김택형은 "감독님께서 저에게 기회를 많이 주시겠다는 말을 봤다. 하지만 기회를 주시는 만큼 제가 보답해야 하니까 긴장된다. 시즌은 시범경기와는 또 분위기가 다를텐데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택형이 넥센 마운드에 자리잡으면 최근 부족해진 왼손 불펜 부분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왼손잡이인 것이 이렇게 야구를 잘되게 해줄 줄 몰랐다"며 밝게 웃은 김택형이 넥센 불펜에도 '해피 바이러스'를 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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