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마지막 시범경기에서 외국인 타자 브렛 필(31)을 2루수로 기용하며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수비에선 어느 정도 가능성을 봤으나, 타선의 시너지 효과는 아직 발휘되지 않았다.
KIA는 22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kt 위즈와의 시범경기 최종전에서 필을 3번 타자 겸 2루수로 출전시켰다. 이날 KIA의 라인업은 김원섭(중견수)-강한울(유격수)-필(2루수)-최희섭(1루수)-이범호(3루수)-나지완(좌익수)-신종길(우익수)-김다원(지명타자)-이성우(포수)로 구성됐다.
전날(21일) 수원 kt전에선 주전 선수들을 선발 라인업에서 대거 제외하며 휴식을 줬으나 최종전에선 거의 주전급 선수들로 라인업을 채웠다. 특히 필을 2루수로 활용하면서 타선의 힘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를 했다. 물론 김 감독은 “확실히 정한 것은 아니고 쓸 일이 있을 수도 있고, 시범경기 마지막 경기이기 때문에 테스트하는 것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우선 2루수 필의 수비는 나쁘지 않았다. 이날 필이 있는 곳으로 두 번의 평범한 땅볼 타구가 왔다. 필은 여유롭게 공을 잡아 1루로 송구했다. 그리고 1회말 1사 1,2루서 김상현이 친 유격수 땅볼 타구 때 2루로 재빨리 들어가 6-4-3 더블 플레이를 완성시키기도 했다.
필은 스프링캠프에서 2루수 훈련을 소화했다. 또 지난 2011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산하 트리플A 팀인 프레스노 그리즐리스에서 2루수로 57경기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당시 필은 1루, 3루는 물론이고 외야까지 소화한 경험이 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필은 “모두 쉬운 타구였고 문제없었다”면서 “2루수로 뛰는 것이 좋다. 1루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야와 외야 수비 중 어떤 것이 더 편하냐고 묻자 “내야수다. 외야는 더 많이 뛰어야 한다. 하지만 2루는 송구 거리도 가깝고 편하다”라고 답했다. 비록 1경기였을 뿐이지만 결과적으로 팀도, 본인도 만족하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필이 2루수를 맡을 경우, 나지완이 지명타자, 최희섭이 1루수를 맡으면서 공격력은 극대화하면서 수비 부담은 줄일 수 있다. 다만 이날 아쉬웠던 점은 중심타자들의 동반 활약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5번 이범호는 쐐기 스리런포를 날리며 활약했다. 필도 필요한 순간에 2개의 희생플라이를 치며 팀 승리를 도왔다. 그러나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최희섭은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1루 수비도 불안했다. 이들은 나지완을 포함해 20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동시 출격했다. 하지만 나지완이 1안타를 기록했을 뿐 시너지 효과가 크게 발휘되지 않았다.
시범경기서 4명의 선수가 동반 출전한 건 단 2경기 뿐. 공격력을 판단하기엔 표본이 적다. 그러나 긍정적인 부분은 필이 2루 수비를 안정적으로 펼친다면 나지완이 지명타자를 맡고, 외야 수비가 뛰어난 김주찬, 신종길을 동시에 주전 라인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지만, 필의 2루수 기용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나쁘지 않은 카드였던 셈이다.
김기태 감독은 “최종전을 치르고 개막 라인업을 구상할 생각이다”며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 과연 ‘2루수 필’ 카드를 개막전에서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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