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비상한 황새, 날개 꺾인 독수리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3.23 05: 25

'황새'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지난해 아픔을 딛고 힘차게 비상했다. 반면 '독수리' 최용수 FC 서울 감독의 날개는 꺾였다.
포항은 지난 22일 오후 포항스틸야드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홈경기서 김승대의 2골을 앞세워 윤주태가 후반 막판 1골을 만회한 서울을 2-1로 제압했다.
포항은 이날 승리로 승점 6을 기록하며 8위에서 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면 서울은 개막 후 3연패의 수렁에 허덕이며 11위에 머물렀다.

포항엔 승점 3 이상의 값진 승리였다. 서울에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지난해 정규리그서 1승 2무 1패로 팽팽히 맞섰지만 토너먼트 대회서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다소 억울했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과 FA컵 16강서 모두 승부차기 혈투 끝에 눈물을 흘렸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총력전이다. 용수를 잘 안다. 오늘도 지난해와 양상이 비슷할 것이다. 균형이 깨지면 불이 붙을 것"이라고 필승을 다짐했다. 최용수 감독도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승리의 여신은 포항에 미소를 지었다. '라인브레이커' 김승대가 스틸야드를 수놓았다. 전반 31분과 후반 11분 특유의 라인 부수기로 상대의 뒷마당을 허문 뒤 2골을 뽑아냈다. 황 감독은 경기 후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느낌"이라며 승리의 기쁨을 표현했다.
스틸야드에도 봄이 찾아왔다. 이날 1만 6674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지난 15일 울산 현대와 홈개막전(1만 9227명)에 이어 2경기 연속 1만 5천 명 이상 팬들이 찾았다. 포항 관계자는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2경기 연속 1만 5천 명 이상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포항은 오는 4월 15일 전남과 제철가 더비서 2011년 이후 4년 만에 3경기 연속 1만 5천 명 이상 관중 입장 기록에 도전한다.
서울의 분위기는 포항과는 전혀 딴판이다. 개막 후 3연패의 늪에 빠지며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결과도 내용도 서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안좋다. 서울 서포터즈인 '수호신'도 서울을 외면했다. 후반 중반 0-2로 뒤지며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자 '정신차려 서울!'을 외치며 각성을 요구했다.
최용수 감독은 "시즌 초반 3연패의 좋지 않은 상황이다. 선수들이 심각한 위기 의식을 갖고 3경기를 잊은 채 다시 새로운 각오로 시작해야 한다"면서 "2주 휴식기 동안 잘 추슬러서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포항은 따스한 봄을 맞았지만 서울은 차디찬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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