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벌어진 IEM 시즌9 월드챔피언십 LOL은 한국 LOL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결과를 남긴 참사였다. 롤챔스 코리아 스프링 1라운드 1, 2위 팀인 GE 타이거즈, CJ 엔투스가 나란히 중국 LPL 최하위팀인 월드엘리트(이하 WE)에 탈락의 쓴 잔을 마셔야 했다.
먼저 CJ 엔투스는 팀솔로미드(이하 TSM)에 패해 최종전으로 밀려난 후 중국 LPL 최하위팀인 WE에 이렇다 할 힘 한 번 못 쓰고 고꾸라졌고, A조 1위로 4강에 오른 GE 타이거즈 역시 WE의 공세를 버텨내지 못하고 1-2로 무릎을 꿇어야 했다.
상상도 못한 충격적인 결과였다. 한국 대표로 나선 GE와 CJ는 라이엇게임즈에서 발표하는 파워랭킹을 포함해 이번 대회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었다. 대회 직전에는 양 팀이 결승에서 맞붙는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 정도 였다. 우승만을 생각했던 선수들도 대회에 나서는 출사표로 "IEM 월드챔피언십에서 세계 최고의 팀이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일 정도였다. 그러나 두 팀 모두 결승 무대는 밟지도 못했다. 이로 인해 GE 타이거즈 정노철 감독은 4강 탈락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의 글을 올려 팬들의 비난을 무마할 정도였다.


이번 '카토비체 쇼크'는 LOL 시즌2 부터 국제무대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던 한국 LOL 역사에서 사실상 처음 경험한 참사고 굴욕의 역사로 꼽을 수 있다. 결과론적 측면에서는 아플 수 있지만 향후 일을 생각한다면 이제 한국 LOL 판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과 팬들은 이번 IEM 월드챔피언십에서 한국 팀들이 나가떨어진 이유로 상대들에 비해 변화가 없었음을 꼬집기도 하고 현재 정석으로 인정되고 있는 '스노우볼 운영'에 치중하지 않았느냐고 분석하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 해외 팀들을 얕봐서 졌다는 쓴 소리 역시 빠지지 않고 있다.

IEM 월드챔피언십에서 한국 팀들의 패배하는 과정을 돌이켜보면 무난한 한국팀들의 운영에 상대들이 주눅들지 않고 적극적인 공세로 나서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자주 발생했고, 결국 나비효과 처럼 뒤로 갈수록 새로운 스노우볼이 만들어지면서 경기를 그르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정말 이번 카토비체 쇼크는 한국식 운영의 문제였을까. 시즌2 부터 세계무대에 등장한 한국. LOL 시즌1이 소위 현재 팀 포지션의 기본 뼈대라고 할 수 있는 'EU 스타일'이 정립된 시기라면 LOL 시즌2는 강한 압박으로 상대를 물어뜯거나 할퀴면서 압박하는 포킹 조합 한 타 중심의 챔피언 조합을 구성하는 것이 대세였다. 한국 역시 CJ 프로스트나 CJ 블레이즈 처럼 운영과 한 타에서 시너지를 내는 팀들이 힘을 발휘했다.
당시 아주부 프로스트는 중후반 이후 한 타 싸움에서 강력함을 발휘하면서 롤드컵 시즌2 준우승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동남아 TPA결승전 1세트에서는 2-9로 뒤지던 경기를 기막힌 한 타 싸움으로 뒤집으면서 세계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시즌3 부터는 경기 운영의 템포가 한층 더 빨라졌다. '클템' 이현우 같은 초식형 정글러가 아닌 '와치' 조재걸이나 '뱅기' 배성웅 처럼 라이너에 힘을 실어주는 소위 육식형 정글러들이 경기의 흐름을 주도했다. 그러나 시즌4는 더욱 더 '메타'가 빨라지고 말았다. 시즌4에서는 탑 라이너들이 '텔레포트 메타'를 도입하면서 한 타는 더욱 강력하고 빠르게 전투에 임하게 만들면서 흐름을 더욱 빠르게 가속화시켰다.

문제는 이번 결과로 최근 흐름 보다 더욱 더 빨라졌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꼭 그렇게 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스타테일 LOL팀 선수를 시작으로 SK텔레콤 코치로 한국 LOL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는 김정균 코치는 "IEM 월드챔피언십의 결과가 메타까지 변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일단 긍정보다는 물음표다. 꼭 이번 결과 메타의 변화 필요성을 언급할 건 아닌 것 같다. 이번 대회의 결과가 아니더라도 이번 LOL 5.5 패치가 적용되고 나면 경기 양상이 예전과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예를 든다면 시야석에서 거인의 허리띠로 넘어가면서 갔던 태양불꽃 망토는 이번 패치로 거인의 허리띠 대신에 '바미의 불씨'로 바뀌면서 정글링을 탱키하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마찬가지다. 이런 변화들이 시즌5 메타를 만들꺼라고 생각한다"고 IEM 월드챔피언십의 결과로 인해 메타의 변화가 와야 하지 않냐는 의견들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프로게이머 출신 해설자 '빠른별' 정민성도 이번 IEM 대회 결과에 대해 다른 관점을 꺼내들었다. "중국이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가기는 하지만 언어적인 문제도 간과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유럽이나 북미팀의 경우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되고 있지만 중국 팀들은 대다수의 상위권 팀들이 한국 선수들이 2명 이상 포진한 팀들이 많다.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으면서 더더욱 공격적인 움직임이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한 번의 결과로 메타가 변화해야 하지 않냐는 의견은 조금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들 말대로 메타의 변화를 무조건 고집하거나 강제시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부정할 필요는 없다. 결과론적인 측면에서 이번 IEM 월드챔피언십의 결과는 한국 LOL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카토비체 쇼크'의 굴욕이 앞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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