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적인 측면 수비수에 비하면 당연히 부족했다. 하지만 감독이 원하던 바는 100% 수행했다. 그렇다면 이 선수는 활약을 한 것일까. 아니면 아쉽다고 해야할까. 지난 22일 김기희(전북 현대)의 이야기다.
김기희는 22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결과는 아쉬웠다. K리그 최다 원정 경기 연승 경신에 도전하던 전북은 인천과 0-0으로 비겼다. 그러나 김기희의 경기력은 아쉽지 않았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활약한 김기희는 안정된 수비로 인천의 공격을 봉쇄했다.
김기희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 기용은 2013년 여름 전북에 합류한 이후 기용된 적이 있지만 이번 시즌에는 처음이었다. 최철순이 지난 경기서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해 오른쪽 측면에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물론 전북에는 오른쪽 측면 수비를 전문적으로 하는 이규로도 있었다. 그러나 전북 최강희 감독은 이규로가 아닌 김기희를 선택했다.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전술적인 선택이었다.

이날 전북은 인천의 최전방 공격수 케빈을 중앙 수비수 조성환과 김기희가 협력으로 막도록 했다. 192cm의 케빈의 제공권 장악 능력이 탁월한 만큼 한 선수로 막기는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계획은 실제로도 잘 이루어졌다. 이날 케빈은 큰 힘을 쓰지 못했다. 문전에서 몇 차례 기회를 잡기는 했지만, 위협적인 슈팅은 없었다.
측면 수비수의 또 다른 임무인 공격 가담도 적지 않았다. "큰 선수치고 지구력이 아무 좋다"던 최강희 감독의 평가대로 김기희는 적극적인 공격 가담 후 수비 복귀로 공격과 수비에 모두 힘을 보탰다. 물론 최철순과 이규로에 비하면 크로스의 정확도나 공격의 날카로움은 떨어졌다. 그러나 케빈을 철저하게 봉쇄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날 김기희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 기용은 합격점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김기희의 기용에 대해 "희생을 했다"고 평가했다. 본래 자신이 뛰던 포지션이 아닌 만큼 기존 선수에 비해 활약은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경기 직후 김기희의 기용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김기희는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다했다. 최강희 감독이 주문한 바는 100%를 수행했다. 전북 입장에서는 활약을 충분히 한 셈이다.
김기희는 "너무 오랜만에 측면에서 뛰어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외로 전반전에 내가 원하는대로 됐다. 오버래핑도 많이 나가서 감독님이 원하시는 빠른 크로스도 많이 시도했다. 물론 미스도 적지 않았다"며 "우리 팀은 누가 출전하든 희생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포지션에 출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경기에 보탬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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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