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수의 이름만 보고 결정하지 않는다. 실력이 되면 기용한다.”
양상문 감독은 과감했다. LG 트윈스 사령탑 첫 풀타임 시즌을 맞아 시범경기에서 원 없이 신예들을 테스트했다. 2군 캠프 성과를 직접 보기위해 2군 선수들을 바로 1군으로 콜업시켰고, 스플릿스쿼드로 팀을 이원화했다. 시범경기가 끝나자 양 감독은 주저하지 않았다. 1군 경험이 전무한 2년차 내야수 양석환의 개막전 엔트리 합류를 확정지었다.
이러한 양 감독의 파격 행보는 스프링캠프부터 꾸준했다. 김용의와 문선재를 외야수로 전향시켰고, 오지환을 리드오프로 낙점했다. 한나한이 종아리 통증으로 주춤하자, 정성훈을 3루수로 복귀시키고, 최승준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신인 김재성과 박지규를 오키나와 연습경기부터 시범경기까지 꾸준히 기용했고, 2년차 좌투수 임지섭을 일찍이 네 번째 선발투수로 확정했다.

양 감독은 지난 22일 잠실 두산전이 끝난 후 4회에 갑자기 무너진 임지섭에 대해 “제구가 불안했다. 오늘 지섭이는 많은 관중 앞에서 타격이 강한 팀과 어떤 승부를 하나 지켜보려고 등판시켰다. 안 좋은 모습이 나왔지만 괜찮다. 앞으로 이것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선발진에 넣기로 결정한 만큼, 임지섭을 그대로 밀고 간다는 의지가 드러났다.
비록 임지섭이 마지막 경기에서 부진했지만, LG는 이번 시범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리드오프 오지환은 12경기에서 타율 3할3푼3리 3홈런 2도루 OPS 1.133(출루율 0.436·장타율 0.697)을 찍었다. 최승준도 타율은 2할4푼2리에 그쳤으나, 출루율 4할1푼9리로 선구안이 향상됐음을 증명했다. 신인 박지규는 타율 3할7푼5리를 기록했고, 양석환은 타율 4할7푼1리 OPS 1.356을 올렸다.
마운드도 마찬가지다. 스프링캠프에서 기량이 향상된 김지용 최동환 전인환을 꾸준히 등판시켰고 이들 모두 1군 타자를 상대로 호투했다. 2경기 연속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김지용은 평균자책점 2.35로 시범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LG 불펜은 전원 필승조를 확장, 3년 연속 불펜 평균자책점 1위 가능성을 높였다.
그렇다고 신예선수들만 기용한 것은 아니다. 주축 선수들도 정규시즌에 맞춰 마음껏 페이스를 올렸다. 맏형 이병규(9번)는 10경기에 출장, 타율 3할6푼4리 2홈런 5타점 OPS 1.190으로 2013시즌 재현을 예고했다.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 이병규(7번)도 개막전에 기어를 맞췄다. 외국인 원투펀치 루카스와 소사는 마지막 시범경기를 실전모드로 치르며 점검을 끝냈다. 작년 11월 수술대에 올랐던 우규민은 철저한 관리 속에서 정상적으로 시즌을 맞이한다. 정찬헌과 윤지웅은 지난해보다 더 높이 도약하려고 한다.
물론 모든 게 순조롭지만은 않다. 특히 한나한의 부상은 양 감독도 예측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4, 5선발투수도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양 감독은 흔들리지 않고 더 과감하게 움직인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통해 악재를 호재로 바꾸려고 한다.
2014시즌 양 감독은 이병규(7번)를 4번 타자로 고정시키고, 정찬헌과 윤지웅을 불펜 필승조에 넣어 대성공을 이뤘다. 5할 승률 -16까지 떨어졌던 LG를 가을잔치에 올렸다. 2015시즌에도 양상문 감독의 파격은 계속된다. 신구조화에 가속페달을 밟으며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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