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이라는 이름은 이제 ‘흥행 보증수표’다. MBC ‘해를 품은 달’에서 뛰어난 연기력으로 시청률 신화를 만들어 낸 그는 이후 영화 ‘도둑들’,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출연, 흥행 선봉에 섰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도둑들’이 영화계 톱스타들을 모아놓은 멀티 캐스팅의 덕을 봤다면,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오롯이 김수현의 재능과 인기가 큰 힘을 발휘한 작품이었다. 작품적인 면에서 그다지 좋은 평을 받지 못했지만, 관객들은 ‘핫’한 김수현을 보기위해 기꺼이 티켓 값을 지불했고, 이는 7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김수현 파워’는 거품이 아니었다. 이후 출연작이 이를 증명했다. 그는 전지현과 함께 한 드라마 SBS ‘별에서 온 그대’에서 400여 년 간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외계인 도민준 역을 맡아 그야말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평일 드라마 시청률로는 이례적이게 30%에 가까운 수치를 찍었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미국에서 리메이크 이야기가 오고 가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사이 김수현은 몸값으로 그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몸값 수억 원대의 톱스타로 성장했다. 자연히 후속작품 결정에도 많은 부담감이 생겼다. 이는 보통 톱스타들이 작품과 작품 사이 공백 기간을 오래 갖게 되는 이유기도 하다. 물론 김수현의 경우 ‘별에서 온 그대’가 끝난 지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또래의 배우들이 영화와 드라마 사이를 오가며 바쁘게 활동을 하고 있는 것에 비교하면 휴식기가 다소 길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런 김수현이 다음 작품으로 KBS 2TV 드라마 ‘프로듀사’를 택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일단 김수현이 ‘프로듀사’의 출연을 확정했다는 것은 박지은 작가에 대한 두터운 신뢰가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예능 작가 출신인 박지은 작가는 MBC ‘내조의 여왕’,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 그리고 SBS ‘별에서 온 그대’로 일약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올리는 ‘착한’ 이야기와 기발하면서도 유쾌한 코미디가 그 작품의 특징. 때문에 드라마 작가임에도 불구, 그가 만들어갈 예능드라마에 기대감이 높다.
일각에서는 김수현의 ‘프로듀사’ 출연이 다소 무리가 있음에도 그에게 ‘별에서 온 그대’로 큰 성공을 안겨준 박지은 작가에 대한 ‘보은’이라는 진단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 성공 유무에 따라 타격이 큰 톱스타가 단순히 보은을 위해서 부담이 있는 결정을 할리 만무하다. 때문에 김수현의 선택은 작품을 하는 족족 성공시킨 박지은 작가의 차기작이라는, 보장된 성공에 던진 한 표라 보는 것이 맞다.
김수현이 맡은 이번 역할은 그가 기존 했던 역할의 성격과 차별화가 된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김수현은 ‘프로듀사’에서 신입PD 백승찬 역을 맡았다. 백승찬은 첫사랑과 함께 하기 위해 방송국PD가 되는 다소 낭만적이면서도 엉뚱한 인물. ‘해를 품은 달’, ‘별에서 온 그대’ 등 그간의 히트작에서 김수현이 연기했던 완벽하기만 한 인물들과는 거리가 있는 캐릭터다. 판타지 속 완벽한 연인의 이미지였던 그가 이번엔 하늘보다는 땅에 가까운 인물을 맡은 것. 연기자들은 늘 자신의 옛 캐릭터에 갇히기를 원치 않기에 캐릭터가 가진 이 같은 장점이 김수현의 구미를 당겼을 것이다.
‘프로듀사’는 김수현과 박지은, 두 상징적인 인물의 의기투합만으로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시청자들은 이미 업계에서 톱으로 인정받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것만으로 ‘프로듀사’가 ‘별에서 온 그대’ 이상의 성공을 거둬들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비록 KBS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예능드라마란 점, 시청자들에게는 공감을 일으키기 어려울 수 있는 방송국 배경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드라마가 확실히 올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임은 부인할 수 없다. 김수현과 박지은 작가는 시너지를 일으키며 흥행불패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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