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말 같다." 배우 김우빈은 극중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첫 인상을 이처럼 말했다. 그렇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스물'(감독 이병헌, 제작 영화나무)에서 김우빈이 연기하는 치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다. 자발적인 백수이며, 여자친구와 애인의 병립을 주장한다. 허세는 있되 가식은 없다. '스물'엔 특별한 줄거리가 없지만, 캐릭터의 힘 덕분에 끝까지 힘을 잃지 않는다.
'까불이' 김우빈은 꽤 귀엽다. 거침없이 망가지지만, 정작 배우는 편안했단다. "웃느라 정신없었다"고 설명하는 촬영 현장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전작인 드라마 '학교 2013'(KBS 2TV, 2013), '상속자들'(SBS, 2013), '친구2'(2013), '기술자들'(2014) 등에서 사연 많은 청년을 만났다면, '스물'을 통해 소년 같은 해맑음을 지닌 김우빈을 만날 차례다.
=내일(2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설렌다. 언론시사를 하는 날 개봉을 한 느낌이었다. 매우 떨렸다. 우리만 재미있으면 안 되니까, 긴장도 됐다. 소속사에서 예매율이 높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아직 와 닿지가 않는다. 일단은 개봉을 해봐야 알 것 같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
"시사회 끝나고 지인 분들이 나의 다른 모습이 나와서 좋았다고 하더라. 다행이다 싶었다. 사실 걱정도 많이 됐다. 영화 속 내 모습이 낯설거나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는데, 다행히 재미있게 봐주셨다."
=그동안 힘이 들어간 캐릭터를 주로 맡았는데, 이번엔 코미디다.
"'코미디를 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시나리오를 읽고 바로 결정했다. 실제 나의 스무 살과는 거리가 있지만 왠지 모르게 이해됐다. 전작인 '기술자들' 촬영이 예정 보다 한두 달 늦게 끝났다. 3일 후에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이미 '스물'은 한 달 전에 촬영이 시작된 상태였다. '스물' 팀의 배려가 감사했고, '함께 같이 시작하면 더 좋았을 텐데'란 아쉬움이 있긴 했다."
=캐스팅 제안이 왔을 때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예전에 시트콤(MBN '뱀파이어 아이돌', 2012)을 했다. 조기종영을 했지만 촬영이 재미있었다. 평소에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고 예능을 좋아하는 편이라 촬영하면서 편안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또 출연진이 다 동갑내기였다. (이)준호와 (강)하늘이 뿐만 아니라 (정)주연씨랑 (정)소민씨 모두 동갑이었다. 현장이 화기애애했다. 힘들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 했다.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병헌 감독님도 유쾌한 분이라, 현장 분위기 자체가 워낙 좋았다."

=실제 성격이랑 가까운 면이 있나.
"'스물'의 치호도, 기존 캐릭터들도 다 나의 모습이다. 대체적으로 차분하지만, 장난기가 많고 밝을 땐 굉장히 밝다. 기분 좋은 날이나 축하해줄 일이 있으면 나서서 신나게 움직이는 편이다. 친구들과 있을 때 느낌들도 비슷하다. 편안하게 까분다. 하지만 부모님에게 용돈을 달라고 떼쓴 적은 없었다. 생활은 너무 다르다. 나는 스무 살 때 모델 일을 했다. 치열했던 시기였다. 제가 지금까지 지내면서 열심히 공부했던 시절은 스무 살이었다. 가장 열심히 살았다."
=영화 속 상황은 자신의 스무 살과 차이가 많다. 실제 김우빈은 진로를 일찍 결정했지만, 치호는 방황한다. 어떻게 캐릭터를 이해했나.
"중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했고, 고등학교 시절엔 모델과 관련된 일을 했다. 하지만 내가 했던 것들이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그 나이 때 경험하는 일들을 경험하지 못한 게 후회될 수도 있다. 치호의 입장에서 자신 나름의 답을 찾으려고 했다. 나와의 거리를 두기 보다는 그런 부분들을 생각했다. 무엇보다 시나리오를 처음봤을 때 내가 느낀 치호의 인상을 관객에게도 전달하고 싶었다. 미친 말 같았다. (웃음)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더라. 뛰다가 멈췄다 한다. 그런 느낌이 전달되길 바랐다."
=2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지금, 스무 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갓 대학 들어간 사촌 동생에게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경험해보라고 이야기했다. 사람도 많이 만나고, 이것저것 경험하다 보면 그게 다 재산이 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빨리 마흔이 되고 싶다. 작품도 최대한 많이 하려고 하고, 모델 일도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 안 해본 것 보다는 해본 게 더 좋을 것 같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때 정답에 가깝게 내리지 않을까 싶다."

=왜 서른이 아니고 마흔인가.
"서른은 얼마 남지 않았다. (웃음) 그때까진 많은 경험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마흔 정도 되면 어른이 되지 않을까 싶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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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