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자존심 싸움의 승자는 김주성이었다.
원주 동부는 23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홈팀 인천 전자랜드를 55-51로 제압했다. 2승 1패로 앞선 동부는 3년 만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단 1승만 남겼다.
2차전의 변수는 양팀의 정신적 지주 리카르도 포웰과 김주성의 흥분이었다. 특히 4쿼터 김주성을 막던 포웰은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판정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간주한 심판이 포웰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해 퇴장을 명령했다. 승부가 급격하게 동부 쪽으로 기울어진 장면이었다.

김주성 역시 유리한 상황에서 심판판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막판 전자랜드가 추격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김주성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3차전을 앞둔 유도훈 감독은 포웰의 퇴장에 대해 “포웰의 손가락이 올라가 심판비하로 비워진 것 같다. 어쨌든 포웰이 흥분한 잘못을 인정했다. NBA에서도 오심은 나온다. 항의를 하다 테크니컬 파울을 받으면 팀에서 이중 마이너스다. 참고 다음 것에 집중하라고 일렀다”고 속마음을 밝혔다.
김영만 감독은 “김주성에게 따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알아서 잘 할 것”이라며 믿음을 보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에 대한 신뢰였다.
3차전에서 포웰과 김주성은 다시 맞붙었다. 동부는 205cm의 장신 김주성으로 포웰을 제어하려고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1쿼터 김주성이 포웰을 수비하는 과정에서 목을 쳤다. 김주성은 포웰에게 미안하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 때부터 둘의 승부는 다시 불이 붙었다.

포웰은 김주성을 강하게 밀치고 올라가 파울을 얻었다. 포웰은 2쿼터 7분 34초를 남기고 다시 김주성의 파울을 유도해 자유투를 얻었다. 3반칙에 걸린 김주성은 코트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포웰과 김주성의 승부는 후반전에도 이어졌다. 포웰은 김주성을 상대로 골밑슛을 넣었다. 이어 포웰은 이현호에게 멋진 패스를 뿌렸다. 전자랜드는 40-29, 11점차로 앞서나갔다. 포웰은 공격하는 김주성을 공을 쳐내 터치아웃을 유도하기도 했다. 포웰이 김주성에 우위를 보이면서 전자랜드는 계속 주도권을 쥐었다.
동부의 선전으로 경기는 종료 3분 30초를 남기고 47-47 동점이 됐다. 이 때 포웰은 이현호의 골밑슛을 어시스트한 뒤 곧바로 직접 득점을 해결했다. 포웰은 4쿼터 종료 2분을 남기고 4점 차로 달아나는 골밑슛을 넣었다. 동부는 종료 1분 29초를 남기고 터진 김주성의 골밑슛으로 51-51 동점을 만들었다.
공격에 나선 전자랜드는 포웰의 슛이 에어볼이 되면서 공격권을 내줬다. 종료 58.8초를 남기고 리처드슨은 골밑슛을 넣고 포웰의 파울까지 얻었다. 포웰은 마지막 동점 3점슛까지 놓쳐 체면을 구겼다. 이날 포웰은 17점, 13리바운드, 5어시스트, 2스틸로 분전했다. 하지만 김주성이 최후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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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