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들은 대학교 4학년을 다니는데 프로에서 플레이오프를 뛰는 당돌한 신인이 있다. 전자랜드의 정효근(22)과 동부의 허웅(22)이다.
정효근과 허웅은 대학을 3학년만 마치고 프로에 왔다. 한양대출신 정효근은 전체 3순위로 전자랜드에 지명됐다. 허재 전 KCC 감독은 4순위서 장남 허웅을 걸렸다. 이에 허웅은 전체 5순위로 ‘삼촌’ 김영만 감독의 품에 안겼다. 상위지명이 말해주듯 둘은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성장했다.
동부와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둔 유도훈 감독은 “신인이니까 깨지면서 배우는 거지. 지금 잘하면 내가 가르칠게 어디 있겠어”라고 웃으며 정효근을 중용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동부의 높이를 상대하려면 정효근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 유 감독은 정효근이 실전에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피부로 느끼길 바라는 눈치였다.

기대와 달리 정효근은 실수를 연발했다. 신인다운 패기는 좋았다. 정효근은 앤서니 리처드슨, 김주성, 윤호영이 버틴 골밑에서 과감하게 슛을 올라갔다. 결국 정효근은 리처드슨에게 막혀 처참하게 코트에 넘어졌다. 공격권도 내줬다. 그래도 정효근은 벌떡 일어서 백코트했다.
수비에서 정효근은 대선배 김주성을 막는 중책이 주어졌다. 김주성은 노련하게 정효근을 상대로 바스켓카운트를 얻었다. 결국 유도훈 감독은 정효근을 빼고 다시 이현호를 넣을 수밖에 없었다.
허웅도 순탄치 않았다. 2쿼터 속공과정에서 허웅은 결정적 패스미스를 범했다. 이어진 공격에서 허웅은 과감하게 레이업슛을 시도했지만 테렌스 레더에게 블록슛을 얻어맞았다. 허웅은 안재욱과 교체됐다.

심기일전한 정효근은 4쿼터 윤호영을 상대로 파울을 얻는 등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한 번 깨져도 다시 덤비는 패기가 돋보였다. 하지만 아직은 떨어지는 노련미가 더 두드러지는 신인이다. 정효근은 4리바운드, 2스틸을 했지만 득점은 없었다. 특히 자유투 2구를 모두 놓치며 신인 티를 냈다. 허웅 역시 4개의 슛을 쐈지만 득점은 없었다. 대신 두 루키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경기 후 김영만 동부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초반 분위기를 탄다. 속공에서 에러를 하는데 급하더라. 파울 안해야 될 때 (두)경민이랑 (허)웅이가 파울을 했다. 어린 선수들은 플레이오프 4강전이 처음이다. 경험을 하면서 좋아질 것”이라며 허웅의 등을 두드려줬다.
과연 정효근과 허웅은 4차전에서 큰 변수가 될 수 있을까. 매일 일취월장하는 두 선수의 플레이가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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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