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풍문', 백지연에게 진짜 배우의 냄새가 난다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5.03.24 06: 58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백지연이 이렇게나 얄미웠나.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지영라 역으로 출연 중인 그가 기대 이상의 연기로 호평받고 있다.
백지연이 극 중 맡은 역인 지영라는 최연희(유호정 분)의 친구다. 최상류층 연희의 친구인만큼 그 또한 상류층의 일원이다. 젊은 시절에는 연희의 남편 한정호(유준상 분)의 짝사랑을 받기도 한 과거도 있다. 지금은 사업가 남편을 만나 여전히 화려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영라는 사실상 이 드라마 최고의 악역. 사실상 선과 악이 구분돼 있지 않은 이 드라마에서, 굳이 따지자면 악하다기 보다는 얄미운 것에 가깝다. 영라는 연희와는 표면적인 친구로, 정호가 자신을 좋아했다는 점을 들어 그를 약올린다. 연희의 집에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건수를 잡았다'는 듯 놀리기 바쁜 여인이기도 하다.

지난 23일 방송분에서는 이런 영라의 얄미움이 폭발했다. 영라는 며느리 서봄(고아성 분)에게 사법고시 공부를 시킨다는 연희에게 "너희 부부 검사 받아봐야하는 것 아니니?"라고 물었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아이 때문에 연희의 집에 시집온 봄을 이용해 연희를 깎아내리고 싶었기 때문. 영라는 봄의 등장 이후로 연신 연희를 약올려왔다.
이 뿐 아니었다. 영라는 정호와의 만남에서 정호, 연희 두 사람을 한꺼번에 약올렸다. 일타이피였다. 영라는 자신의 남편을 구해준 변호사 정호를 감사의 자리를 가장해 만났다. 그는 정호에게 "너 매력없다"고 독설했다. 또 "네가 나랑 한번이라도"라며 말을 흐리는 정호에게 "꼭 해봐야 아니?"라는 '확인사살'로 정호를 뒷목 잡게 만들었다. 이 모든 대화는 비서에 의해 연희에게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영라와 정호의 만남에 불안감을 느끼던 연희는 이 같은 대화에 분노했다.
이처럼 영라는 무적으로 보이는 정호, 연희 부부의 천적이다.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 만큼, 이를 연기하는 백지연의 어깨도 무겁다.
백지연을 향한 평가는 긍정적인 상황. 백지연이 너무나 얄밉게 연기해 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또 얄밉지만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매력도 있다는 평이다. 정호, 연희의 유일한 천적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해주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방송 뿐 아니라 백지연의 연기는 영라라는 캐릭터에 '맞춤'으로 보여지고 있다. 영라는 상류층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가벼워보이는 태도를 보여줬는데, 사실 영라의 집안이 사채업자라는 설정이 뒤늦게 등장하며 설득력을 얻었다. 백지연은 단순히 상류층 여자가 아닌, 사실은 완벽하지 않은 '불구의 상류층'을 불량한 캐릭터 설정으로 표현했던 것. 이러한 설정과 연기가 얄미운 영라를 완성해주기도 했다.
백지연은 진짜 배우는 아니었다.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아나운서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프리랜서 선언 이후에도 냉철한 방송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커리어우먼의 상징과도 같은 여인이었다. 그런 백지연이 본격적으로 연기에 도전한 작품이 바로 '풍문으로 들었소'다.
우려는 기대가 됐다. 조연들조차 한 연기 하는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백지연은 심상치 않은 존재감을 떨치고 있다.
mewolong@osen.co.kr
'풍문으로 들었소'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