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개막전 선발투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오는 28일 목동구장에서 맞붙을 개막전 상대 넥센이 일찌감치 앤디 밴헤켄을 선발 예고한 것과는 대조된다.
지난 22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KBO 10개팀 중에서 8개팀이 개막전 선발을 공개했다. 한화와 롯데가 유이하게 선발투수를 비밀리에 부쳤다. 롯데의 경우 시범경기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한 조쉬 린드블럼과 브룩스 레일리를 놓고 양자택일의 고민을 하고 있는 반면 한화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김성근 감독은 "그동안 계획한 것이 시범경기에서 전부 바뀌었다. 여기서 개막전 선발투수를 이야기해도 바뀔 것 같다"며 선발 비공개의 이유를 밝혔다. 아직 내부적으로 개막전 선발투수를 놓고 누구를 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확실하게 에이스라고 할 만한 투수가 없는 탓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개막전 선발 카드는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 그는 시범경기 3게임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했다. 첫 2경기는 좋았지만, 마지막 경기 롯데전에서 7실점으로 무너졌다. 시범경기 피홈런 3개에서 나타나듯 장타 허용이 많다는 게 불안 요소다.
목동구장은 가장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로 떠났지만, 박병호·이택근·김민성·스나이더 등 장타를 칠 수 있는 타자가 즐비하다. 그래도 긍정적인 건 2012년 삼성 시절 탈보트가 목동구장에서 넥센 상대로 3경기 1승 평균자책점 3.44로 괜찮은 성적을 냈다는 점.
한화가 만져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선발카드는 좌완 쉐인 유먼이다. 유먼은 2012~2013년 목동 넥센전 6경기 2승2패 평균자책점 3.58에 피홈런이 2개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5.68으로 흔들렸다 홈런만 6개를 맞으며 난타를 당했다.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구위로 볼 때 개막전에서 유먼을 선발 카드로 꺼내들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국내 투수 중에서는 배영수가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2게임 평균자책점 2.45로 안정감 있는 투구를 했다. 삼성 시절 2005·2006·2008·2013년 4번이나 개막전 선발로 나선 경험이 있다. 한화 투수 중 개막 등판 경험이 가장 풍부하다. 2005년 롯데 상대로 무사사구 완봉승을 기록했지만 2013년 두산에 만루홈런 2방을 맞고 8실점으로 패했다. 지난해 넥센 상대로도 목동구장에서 2경기에 나서 1승1패 평균자책점 7.20으로 부진했다. 홈런도 2개나 맞았다.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도 구원으로 나와 3⅓이닝 2홈런 3실점으로 흔들렸다.
데이터를 중시하는 김 감독 스타일을 감안하면 배영수의 개막 선발 가능성은 낮다. 다만 김 감독이 "다른 투수들이 배영수를 보고 배워야한다"며 그의 투지와 경험을 높이 사고 있고, 컨디션이 좋다는 게 고민의 여지를 남긴다. 게다가 김성근 감독은 에이스끼리 맞대결을 피하는 스타일이다. 조금이라도 승산을 높이기 위해 에이스 카드를 아껴놓는 경우도 있다. 일찌감치 밴헤켄 선발을 확정한 넥센을 상대로 1선발 카드를 꺼내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김성근 감독은 2007~2011년 SK 시절에도 외국인 투수에게 개막 선발 중책을 자주 맡겼다. 2007~2008년 케니 레이번이 2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나섰고, 2010년 카도쿠라 켄, 2011년 게리 글로버가 뒤를 이었다. 외국인 투수가 믿음을 주지 못했던 2009년에만 채병룡이 개막 선발로 등판한 게 전부다. 김광현도 김 감독 시절에 개막전 투수가 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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