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국 선수와 한나한 선수가 빨리 돌아오기를 기다리지만, 지금 당장 내 머릿속에 두 선수는 없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이 악재 속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양 감독은 지난 23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시즌 초반 선발투수 류제국과 주전 3루수 한나한의 부상 공백을 극복할 것을 다짐했다. 지난해 11월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은 류제국은 오는 5월 10일 전후로 복귀할 예정이다. 종아리 근육통으로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한나한은 빠르면 4월, 늦으면 5월에 돌아온다.
사실 류제국의 결장은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 수술 판정이 내려졌을 때부터 복귀 시점은 5월이었다. 양 감독과 코칭스태프도 지난겨울부터 류제국을 대체할 선발투수 발굴을 계획했다. 하지만 한나한의 부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상 컨디션으로 애리조나에 합류한 한나한은 스프링캠프를 치르며 통증을 느꼈다. 시범경기는 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실전투입 시기가 계속 뒤로 미뤄지고 있다. 결국 LG는 정성훈을 3루수로 복귀시켰고, 최승준에게 1루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시범경기 기간 포커스는 류제국·한나한 공백 메우기, 즉 플랜B가 됐다. 임지섭·임정우·장진용이 4, 5선발투수 후보로 낙점되며 꾸준히 마운드에 올랐다. 정성훈도 3루수로만 나섰고, 백창수와 양석환도 3루를 맡았다.
일단 3루 걱정은 어느 정도 덜었다. 정성훈이 1년 공백에도 불구하고 가뿐하게 3루를 지켰다. 최승준도 시범경기 타율은 2할4푼2리에 그쳤지만 홈런 2개를 쳤고, 출루율 4할8푼5리로 믿음을 줬다. 1루 수비가 빼어나진 않았지만, 실수가 반복되지는 않았다. 2군 캠프를 마치고 1군에 올라온 2년차 3루수 양석환은 7번의 시범경기서 타율 4할7푼1리 OPS 1.356의 깜짝 활약을 펼쳤다. 양 감독은 이미 양석환의 개막전 엔트리 합류를 확정지었다. 개막전에선 3루수 정성훈·1루수 최승준의 선발라인업이 만들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시범경기 모습이 정규시즌에도 이어진다면, 최소한 공격에선 한나한의 공백을 느끼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발진은 무거운 물음표를 안은 채 개막을 맞이한다. 4선발을 차지한 임지섭은 시범경기 마지막 두산전에서 3⅔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3회부터 제구가 흔들리더니 4회 오재원을 상대할 때 투구가 머리를 향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5선발 후보 임정우와 장진용도 시범경기에서 확실하게 치고 나오지 못했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임지섭을 두고 “안 좋은 모습이 나왔지만 괜찮다. 앞으로 이것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임정우에 대해선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1, 2년 후에 정우가 선발투수로 가줘야 팀이 강해진다고 본다”며 임정우의 선발진 진입 여지를 남겨뒀다. LG는 24일 코칭스태프 전체 회의를 통해 5선발투수를 확정지을 계획이다.
LG는 지난 2년 동안 시즌 초반에 유독 고전했다. 2013년 5월 18일 LG 성적은 14승 20패 승률 4할1푼2리였다. 2014시즌에는 더 했다. 6월 7일 17승 33패 1무로 5할 승률 ‘-16’이었다. 하지만 2013시즌 정규시즌 2위, 2014시즌 정규시즌 4위로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기적을 이뤘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시즌 초반 징크스로 인해 한국시리즈에는 닿지 못했다.
양 감독의 2015시즌 목표는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것이다. 불안한 선발진은 불펜진으로 메운다. 2014시즌 전원 필승조(봉중근 이동현 신재웅 유원상 정찬헌 윤지웅)를 확장, 시범경기서 활약한 김지용 최동환 김선규 전인환 중 1, 2명이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간다. 임정우와 장진용 모두 롱맨 역할이 가능한 만큼, 둘 중 한 명은 불펜에서 힘을 보탤 수 있다. 4·5선발투수가 조기 강판 당해도, 불펜 물량공세로 승부를 포기하지 않는다. 양 감독의 '플랜B' 적중, LG가 2015시즌에는 초반부터 상위권에 있을지 궁금하다.
한편 LG는 24일 오후 6시 잠실구장에서 경찰청과 연습경기를 펼친다. 그동안 선수들이 낮경기만 치른 만큼, 밤경기 적응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한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선 LG 2군과 프로 2군 및 대학팀들의 연습경기가 꾸준히 잡혀있다. 1군 투수들도 이천에 투입, 시즌 개막을 앞두고 최종 점검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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