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청춘스타 김우빈의 기세가 거침없다. 지난 해 케이퍼 무비 '기술자들'을 거의 혼자의 힘으로 흥행시킨 그가 3월 비수기 보릿고개에서 헐떡거리는 한국영화의 구세주로 돌아왔다. 빵빵 터지는 코미디 '스물'을 갖고서다.
한국영화는 올 봄 빈사상태다. 지난 2월 설 대목 '조선명탐정2'가 반짝 흥행을 한 뒤로 외화들에 밀려 숨도 못쉬고 있다. 새로운 첩보물 시대를 연 콜린 퍼스의 '킹스맨'이 6주 연속 박스오피스 선두를 달리는가 하면 그 바통을 다양성 영화 범주에 넣어도 손색없을 '위플래쉬'가 이어받았다.
이 와중에 김우빈-강하늘-준호 등 청춘스타 3인의 잘생긴 얼굴을 앞세운 ‘스물’이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예매율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개봉 하루 전 날인 24일 오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38% 예매율로 압도적인 1위다. 같은 날 막을 올리는 2위 '인서전트'가 15%, 3위 '위플래쉬'는 10%에 불과하다.

영화 '스물'에 대한 관객 기대치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관객이 가장 좋아하는 쉽고 깔끔한 스토리 속에서 개성 강한 세 배우의 연기를 맛나게 버무린 연출력이 빛나는 덕분이다. ‘힘내세요 병헌씨’로 주목을 받았던 이병헌 감독(동명이인 그 배우가 아니다!)은 첫 상업영화 데뷔에서 놀라울만한 솜씨를 뽐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각기 다른 길을 걸어가는 세 친구 치호(김우빈 분), 동우(이준호 분), 경재(강하늘 분)의 이야기를 정말 웃기게(?) 포장했다.
영화 '스물' 이후의 필모그래피가 달라질 (물론 강하늘은 '미생' 이전과 이후로 나뉘겠지만 그건 드라마였다) 이 세 배우 가운데 김우빈의 활약은 눈에 확 들어온다. 김수현과 함께 충무로 20대 흥행보증 수표의 쌍두마차로 자리잡은 미남 배우라서가 아니다. 그가 연기자로서 끊임없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물'은 전적으로 캐릭터의 힘에 의존하는 영화다. '기술자들' 김우빈과 '스물' 김우빈이 확연히 달라진 배경이다. 먼저 '기술자들' 당시 OSEN과의 인터뷰를 잠시 리와인드.
"사실 부담을 안고 감독님과 미팅을 했는데 감독님이 확신을 주셨어요. 그리고 다른 선배님들의 캐스팅 소식들을 듣고 선배님들한테 배우면서 기억에 남는 작업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기술자들' 출연을 결정했죠.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정말 잘 선택했고 좋은 공부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영철 선배님이 현장에서 가장 선배이셨는데 선배님의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게 많았어요."
어찌보면 '스물'은 김우빈이 앞에서 끌고가야 될 작품이다.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그가 연기하는 치호는 자발적인 이 시대의 20대 백수로 여자친구와 애인의 병립을 주장하는 인물이다. 허세는 부리지만 거짓으로 꾸미지 않는다. 가르치는 선배 없이 자신이 터득해서 치호 캐릭터를 만들었고 성공했다. (개봉은 늦었지만 촬영은 '스물'이 한 달 먼저 시작했다)
'스물' 인터뷰에서 그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갓 대학 들어간 사촌 동생에게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경험해보라고 이야기했다. 사람도 많이 만나고, 이것저것 경험하다 보면 그게 다 재산이 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빨리 마흔이 되고 싶다. 작품도 최대한 많이 하려고 하고, 모델 일도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 안 해본 것 보다는 해본 게 더 좋을 것 같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때 정답에 가깝게 내리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완전히 다른 장르의 두 작품에서 그는 상반된 모습의 캐릭터를 드러냈고 그 배경을 납득시켰다. 20대 청춘스타가 이만큼 연기에 일찍 눈을 뜨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 덕분에 행복한 관객들은 또 한 명의 멋진 외계인을 영접하는 기쁨을 '스물'에서 맛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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