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작가가 현재 쏟아지고 있는 드라마에 대한 비난에 간접적으로 입을 열었다.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주 ·조연 문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들려준 것이다.
23일 오후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극본 임성한, 연출 배한천 최준배) 111회에서는 백야(박하나 분)와 정삼희(이효영 분)가 극 중 주인공들의 분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정 작가는 사무실을 찾아 백야, 장화엄(강은탁 분)을 만났다. 백야는 정 작가에게 감독의 전화를 받았느냐고 물었고, 정 작가는 작품 속 캐릭터의 분량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장화엄이 조연의 분량을 늘려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정 작가는 "만두는 속 먹자는 게 만두다. 드라마는 주인공 보려고 보는 거지"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여자주인공이 '차라리 나 조연을 하겠다'라며 직접 자기한테 전화를 걸어 어필했다고도 전했다.
이는 현재 '압구정 백야'가 맞딱뜨린 상황이다. 요즘 주인공인 백야보다 조연인 육선지(백옥담 분)의 분량이 많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 재미있거나 강렬한 에피소드 역시 육선지 부분이 크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블랙코미디 같은 이유는 따로 있다. 이 때 정 작가의 보조작가로 일하고 있는 백야가 던진 한 마디는 "저야 뭐라고 못하죠"이다. 그것도 차분하고 담담히. 마치 현실을 보는 듯 해 순간 웃음을 선사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끝으로 장화엄은 이런 논란에 "여조가 살면 여주도 산다"라고 못박으며 재미있는 부분을 살리면 주연과 조연 둘 다 '윈-윈 구도'가 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이쯤되면 임성한 작가의 분신이 과연 정 작가인지, 아니면 장화엄인지도 궁금해진다.
이날 방송에서도 역시 육선지가 주인공이나 다름 없었다. 육선지는 네 쌍둥이를 임신했고, 그 아이들의 이름을 '다.진.정.성'이라 지었으며 마지막에는 뭔가 위급한 상황이 닥친 모습으로 불길함을 예고하며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백야는 시간이 흐른 설정에 장화엄과 큰 발전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장화엄은 이런 백야에게 "애만 갖자"라는 폭탄 요구(?)를 한 상황이다. 앞으로 결혼 등 장화엄과의 관계가 주요 스토리이긴 하겠지만 여전히 백야의 이야기는 다소 지루한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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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백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