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풍문’, 도대체 스펙이 뭐길래
OSEN 김사라 기자
발행 2015.03.25 06: 50

‘풍문으로 들었소’ 갑질과 스펙 싸움은 계속 된다. 고아성은 또 부족한 스펙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정말, 스펙이 뭐길래.
지난 24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10회에는 서봄(고아성 분)을 자신의 며느리 감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그의 집안까지 ‘명품’으로 꾸미려 하는 한정호(유준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사람이 좋아도 스펙이 안 좋으면 그에게는 골칫덩어리였다.
봄은 사실 정호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총명했다. ‘있는 집’ 자제였다면 분명 탐이 났을 법도 하다. 그래도 봄이 문제가 됐던 것은 학벌도, 집안도 이야깃거리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호는 “뭐라고 설명을 할 수가 없다. 어느 학교 다녔나, 누구 집 딸인가, 한 마디 하면 좋은데 이게 이렇게 불편하다”며 골머리를 앓았다. 아들 인상(이준 분)과 봄을 조건부 결혼으로 정한 것도 결국은 이 때문이었다.

그러던 정호는 급기야 봄의 집안을 포장하기로 결정했다. 봄의 할아버지가 도장업을 했던 것을 이용해 봄을 ‘유서 깊은 유학자 집안의 딸’로 만들려고 한 것. 정호는 봄이 정재계 유명한 집안의 딸은 아니지만, 대신 ‘총명하고 건강한 서민’이라고 주장할 계획을 세웠다. 한 마디로 새로운 스펙이다.
워낙 ‘스펙, 스펙’하는 요즘이기에 ‘웃프게’(웃기고 슬프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이제 20대에 들어서는 인상과 봄은 요즘의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스펙을 준비하는 것과는 다르게 결혼을 위해 스펙을 쌓고 있다. 특히나 봄은 자신이 원해서도 아니고 남들에 인정을 받기 위해 스펙을 쌓고 있고, 정호는 또 그를 위해 새로운 스펙을 조작하려 한다는 점이 안타까우면서도 한 편으로 묘하게 재미있는 포인트. 사람보다는 그를 가리키는 수식어가 중요한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영라(백지연 분) 역시 딸의 소개팅을 주선하기 위해 연수원 수석 졸업생인 윤제훈(김권 분)을 찾았다. 이 역시 똑똑하고 성실한 사윗감을 찾은 것이 아니라 인상과 견줘도 부끄럽지 않은, 또는 더욱 탐날 만한 인재를 고른 것이었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스펙이 이처럼 절실한 이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정호가 딱히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건부 결혼이라며 봄과 인상을 괴롭게 한 그지만 손자는 또 끔찍하게 예뻐했다. 그는 봄과 인상이 아이를 데리고 친정 집에 가 있자 전화를 해서 손자 생각에 잠을 잘 수 없다며 투정을 부렸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아기를 침대에 눕히고는 순수하게 온갖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봄의 총명함에도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기도 하다.
어쩌면 ‘풍문으로 들었소’ 속 스펙이라는 것은 속물의식의 전유물이다. 그리고 스펙을 중시하는 이들 역시 피해자. 이들은 갑작스럽게 마주한 봄이라는 변주 속에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까? 앞으로의 전개가 더욱 흥미롭길 바란다.
sara326@osen.co.kr
'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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